편지

수음만이 성교고 독백만이 대화인 설픈 뭍에서
모든 소음이 대답 받는 난장 꿈꾸었지
썰물로 실어 보내도 돌아오던 마음이 있었어
하릴없이 머무르던 물거품
무용한 부름만으로 공명하였던 울음 홀로 울어낸 여운
돌아올 뿐인 메아리 설웁지만 계속해서 불러냈지

답장은 늘 늦고 기다림은 차라리 지겨워서
얼려놓은 별빛만이 머물렀지 그래도 오롯이 울어냈던 울음
너와 나 한데서 떨었더랬지
울음을 충분히 울어냈듯 떨림을 충분히 떨어낸다면 시린 별도 녹지 않을까
별님들 적요한 소란을 두 손 가득 그러쥐어 보내었지
내게 머무는 기다림 네게도 머물기 바라며

네 보드란 몸 무덤 삼아 썩어가고 싶었어
밤 눈 꼬옥 감고 나만 보던 어둠에
네 무례한 빛깔이 스미길 바랬지
물색 멀미마저 휘어가던 새벽에 서로의 말을 품앗이하던 우리
들키길 기다리며 숨겨 놓은 모든 눈짓들 일순 반짝일 때
유성우 썰물로 물러간 그 성급한 아침에도 머물던 눈빛 하나
새겨놓지 않으면 쓸쓸히 춥던 밤 가여워 견딜 수가 없는 거야
오롯이 울어주지 않으면 홀로 시들어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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