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무덤

늙어빠진 물은 가끔 계절조차 잊는다
거울상 없이 투명한 물 밑 뭍으로
겨울을 피해 여름 벌레들 우수수 스미면
낯선 날갯짓에 물은 결 빠진 물만 토해내다
여러 불면의 악취가 배어든 날갯잎
물살 지친 틈마저 들어올리며 빛 바랜 낮달로 귀향하고
밑 빠진 물 깊숙이 날개 빠진 여름이
버릇처럼 날아오르다 유령을 믿게 될 때

지긋한 시신 대신 쏘아보낸 달의 초상
각각의 원근으로 모사한 우수의 빛살에
홀려든 해마저 뛰어들어 식어가면
속도 없이 배부른 물은 가끔 계절조차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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