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배, 너무나 살아 있음에 대한. 살아 있음. 그것은 괴물이다. 살아 있음. 그것은 숭배의 대상이다. 살아 있음. 그것은 현기증나는 무너짐이다. 나는 리스펙토르에게서 살아 있음과의 구역질나는 접촉을 보았다. 끔찍하게 무표정한 어떤 바퀴벌레의 살아 있음. 거미줄에 매달린 장미의 살아 있음. 자동차에 짓밟힌 소녀의 살아 있음. 그녀는 살아 있음을 원한다. 살아 있음을 마주하기를 살아 있음을 지켜보기를, 살아 있음 앞에 … Continue reading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경이로운 숭배
[월:] 2021년 11월
소노시온의 러브 익스포져
사랑에 노출된 자들. 그러나 사랑이어야 하는 자들. 그것은 아름다운 벌거벗음인 동시에 족쇄이다. 그는 어째서 마리아를 원하는가? 그녀는 어째서 마리아여야 하는가? 그녀는 어째서 이도교여서는 안되는가? 그는 마리아의 사랑을 원했고 그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피나무 유령-5회
“엄마, 맛있는 냄새 나.”싱그럽게 터져 흐르는 밀감 내음에 401호 아줌마는 단 침을 꼴깍였다. 귀신 들린 계절은 드디어 겨울 과일까지 길러낸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유령의 신랄한 악취는 어찌된 일인지 자취를 감추었다. 콧구멍에 늘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던 냄새 반죽이 말끔히 녹아 있었다. 말간 콧물을 훔쳐내자 맛깔스런 밀감 냄새가 살랑이며 새어들었다.“300동 주민 분들께 안내방송 드립니다. 근래 발생한 … Continue reading 피나무 유령-5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