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신화

젖가슴 주렁주렁 매달고 고래는 헤엄친다꼬릿짓이 만들어낸 비행운은 언제나 가난한 섬의 경계다끓는 얼음으로 지은 섬에는 얼어붙은 구균만 끓이며 사는 빈민들이보글보글불면에 분홍 꿈으로 절여진 고래 얼굴들버릇없는 빈민들은 버릇든 잠조차 자지 않고 병들었다병밖에 가진 것이 없는 섬 주민들은그라도 수출하러 나섰지만 국경을 넘기도 전에 모조리 아사해 버렸다응급실에 실려온 순교자들을 병원장은 제 아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었고아들은 그 병균들로 섬의 신화를 샀다 … Continue reading 섬 신화

치매

꽃 꽃 꽃이름뿐인 꽃이름은 꽃이어서꽃처럼 가만히 사랑하던 꽃님은가만히 눈 붙이던 직녀성흐려지는 기억의 시력에 도망가는 줄 알고노망든 기대로 이름만 이름만별님 별님 별님꽃님들 만발한 묘지에는 꽃말도 한창이어서부끄런 고백 들킬까 수줍어차라리 목을 꺾고뿌리 음순 코 박은 머리 음순으로아아 별님 별님 별님오르키 수음 자가생식하며꽃 꽃 꽃 이름 뿐인 꽃이름 자꾸 불어나요별꽃 같은 건 없죠그저 별님 별님 별님노망든 꽃 꽃 … Continue reading 치매

하얀 섬

스물 네 시간 박제된 알바트로스 무리가늙은 별의 무능을 쪼아 벗겨내던 일몰에육지는 마른 사막으로 급히 몸을 숨겼지만차마 돌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어대던 무인도에서는 하이얀 물만 물결쳤다물 속 물도 물 밖 물도 물로 잠겨들어 이제는문둥병 든 피부도 그을러 벗겨진 피부도 수공품의 상처로 장식한 피부도 서툴게 배양된 흉터의 피부도 짓무른 욕창으로 물렁한 피부도 훔쳐온 오르키로 애도된 피부도 정당한 값으로 … Continue reading 하얀 섬

동물은 동작한다

박쥐를 피하기 위해개구리들은 공명한다개굴 개굴혀 짧아 개골혀 길어 개애구울구애하는 개구리를박쥐가 물어간다자그마한 두개골을 뱉어내고동작 없이 쉬이 우는 개구리들은개굴개굴 애도하지만비스듬한 중력을 살아본개구리는개골 개애굴 환호하며추락한다비행했기에미끄러질 수 있는비뚤어진 날개 위에서개골개골개애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