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 같은 밤

얼려 놓은 리듬 속 바글대는 몇 뭉치 시차
레코-오드 판 불협 짓쳐내던 열한번째 첫 경험 신음만 미야옹-가글대던 낮달에
방치된 계절 접붙이는 늙은 바늘 눈꺼풀 한 껍질 벗겨내고
부끄런 맨눈으로 터언-터언 가게 노인은 석화된 모녀의 목소리 값을 요구했다
죽은 목소리는 비싼 법이지 성당은 살아남아도 철 지난 빛은 다시 들지 않아
팔지 못해 썩어버린 화가의 눈깔처럼

하지만 할아버지 당신 목소리도 버얼써 죽어 버린 걸
사랑 없이도 추억하고 있지 않나요
얼씨구 노래는 다를세
정방형의 고무 물거품 들어보게나
낡은 레코-오드 판 앰프 자지러지며
평범한 망상으로 쿠웅 쿵 발작하여도
푸욱 푹 매끈허지
사고 팔 수 있는 쾌락은 예술 뿐일세
모두 예술일세

먼지투성이 황홀의 구취가 희뽀얗게 바글대는 판 열댓 개는 해가 녹자마자 괴벽에서 습관으로 짓물러 상해버렸다
설익은 우수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성급하게 숙성시키려 했지만
낯선 열에 내몰린 핏물은 냄새 없이도 오만한 유물이어서
자학의 면역작용으로 시꺼멓게 타들어갔다
드라이기로 창백한 우수를 말려내자
뭍으로 섞여든 물에
꿈마저 도려냈지 위잉-윙 열없이 쿵쿵대는 유언
싸구려는 싸구려군 키치의 키치는 무용한 키치일 뿐이라고
온순한 추억을 되감으며 망각된 애도의 먼지값으로
밤새도록 예술을 하는 수효의 밤 다락처럼 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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