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꽃 꽃 꽃
이름뿐인 꽃이름은 꽃이어서
꽃처럼 가만히 사랑하던 꽃님은
가만히 눈 붙이던 직녀성
흐려지는 기억의 시력에 도망가는 줄 알고
노망든 기대로 이름만 이름만
별님 별님 별님
꽃님들 만발한 묘지에는 꽃말도 한창이어서
부끄런 고백 들킬까 수줍어
차라리 목을 꺾고
뿌리 음순 코 박은 머리 음순으로
아아 별님 별님 별님
오르키 수음 자가생식하며
꽃 꽃 꽃 이름 뿐인 꽃이름 자꾸 불어나요
별꽃 같은 건 없죠
그저 별님 별님 별님
노망든 꽃 꽃 꽃
벌써 침묵한 여자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한 철 늦된 레코드처럼
이백오십칠년 전에 산산난 별님께 구애하는
꽃 꽃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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