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잃은 줄도 모른 채 인어는 미끈한 다리로 주춤거렸습니다
둥글고 커다란 진주알 하나 깨고 나기 전
이름 모를 비늘 한데 뒤엉켜 갑갑하고 아아 숨이 저려와요
임금님이 설운 비늘 겹겹이 이름 지어 벗겨주기 전까지
인어공주는 할딱할딱 기어 뒹굴 뿐이었지요 스미운 물거품 새어 나가고
오롯이 직립한 다리 비늘로 이족 보행을 할 적에
아아 드디어
왕자님 만나고 만 거예요 나의 루루-
선연한 속삭임에 벌리울 두 다리만 남겨 두고
까슬한 비늘들 모조리 뽑아 버렸지요
매끄러운 각선미 밖 무수한 지느러미 휘적휘적
잃은 줄도 모른 채 인어는 아파했어요
사랑은 너를 죽일 거야
젖가슴만 남은 누이들은 칼을 건네주었죠
사산한 노래의 목뼈로 만든 무기였어요
어젯밤 음부에 숨겨 기른 노래 거품들
산산이 찔러 죽인 그 날붙이로
왕자님 찌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이제 사랑만을 사랑하는 인어공주
낡은 젖무덤에 포옹이 떨군 마른 시신 묻어 놓았지만
늠름하신 왕자님 유령 따윈 없답니다
쉬이 역류하여 몰래 부른 신음
물거품마저 알알이 터뜨렸지요
다른 비늘은 없어요 왕자님 살려주세요
다만 두 다리만 춤을 추며
마지막 신음 한 방울마저 부드러이 출혈하고
인어공주 63근의 고기 통째로 물거품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