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태어난 감옥 아이들은 미리 갚은 죄값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지요
권태기의 모세들은 제 발로 강에 뛰어들고 뤼크레티아는 처녀혈 쏟기도 전에 목을 꺾어 봄을 불러요 미리 타버린 여린 자궁 제전의 횃불 속에서 낄낄거리고 한 바퀴 먼저 부른 봄은 지난 여름에 미리 피어났지요 지겨운 처녀들 차라리 화형대로 기어들고 얼려놓은 플라스틱 별님은 벌써 부패한 야광빛으로 반짝거려요 치매 걸린 달이 썰물을 밀물드는 내일 낮에는 모든 시계추가 갸우뚱, 기계장치 아래 두 번째 시간이 노출되어 버린 이른 계절이에요 자궁을 본따 만든 시험관을 녹여 만든 자궁에서 태어난 쌍둥이 시계공이 태엽 감아도 어쩌나 이번에는 밀물이 썰물 빠지는 늦된 벽에 태엽 열두 바퀴를 감는 사이 벌써 열두 개의 사막이 태어났죠 죽지 않고 나기만 하는 불사조처럼 이른 낮에는 지도도 수도도 없는 낯 모를 고향들이 태어나요 향일의 꽃을 꺾어 장례를 치르고 갓 난 고향만 그리는 감옥 아이들은 시온주의의 망령을 버리고 늙은 국가만 뇌까려야 하지요 숨겨 기른 노랫말 마디마디 치매에 걸려 어제의 수도조차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밀물 드는 달의 송가는 썰물 때와 공명하여 누구도 그의 병을 눈치채지 못했죠 태엽의 노래는 망각의 구균 퍼뜨리는 돌림노래 기계공의 손짓 지휘에 맞추어 이름들이 쏟겨 나와요 어릴 적 배곯은 아이들은 식탐이 많다지요 감옥 아이들 여러 경도의 이름으로 포식하고 두둑한 배에서는 뜨끈한 언어들이 꼬르륵 접붙죠 냉동된 이름을 끓여 감옥에서 탈출하려 모의했지요 적의를 응고시킨 드라이 아이스 연료 삼아 아이들은 급식으로 배급되는 찬 이름들을 몰래 주워 모았어요 빌어먹은 이름은 날것이라 누구도 돌보지 않았죠 하찮은 언어들이 피부를 벗고 예민한 내장으로 수음할 적에 모든 불쾌가 고갈된 멸망의 달밤 감옥아이들은 두 번째 태엽의 밀물에 그득 쟁여놓은 이름들을 태워 쏘아냈어요 등방형의 자연을 횡단하는 로켓으로 직녀성 달에 안착하는 대탈출극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