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난 도시들의 유언이 혈관에 쌓여, 노인은 중풍에 걸리었다
동작 멎은 두 다리 경련으로 묶어내고
등방형의 유리 자궁으로 기어들며
노인은 붉은 고래의 산미를 추억했다
연인은 향일의 탯줄을 등반하여 썰물 너머 성좌로 기어든 지 오래였다
그를 쫓아 적의를 응고시킨 드라이아이스
연료로 삼는 로켓을 쏘았지만 고갈된 불쾌
빈 불알에서 쉭쉭대는 가스는 은일의 식물과 함께 태워
달을 초혼하는 제례에 쓰였다
포식한 달은 환상으로 사육한 시뮬라크르의 도시만큼 비대해졌고
곡물 사료 질질대며 침잠하였다 유전병 걸린 바다에는
같은 병명의 달이 매장되었다
미리 죽은 노랫말 바글바글 비상하였고
예감보다 더러운 고래가 자라났다
산달이 지나고 밀물도 썰물도 멎은 물밭에
조숙한 울음이 잉태되었다
진부한 광기 발갛게 돋아난 태반에서는
비색 전염병균이 빠글대었다
출산의 경이가 닳아버리기 전에 달은 고래 고기 삼켜내려
아가리를 벌리었지만 노인의 낚시대가 더 빨랐다
밀물 없이도 사라진 수도의 오벨리스크로 만든 낚시대였다
열두 개의 문자 없는 유언이 빼곡이 새겨져 있었다
그 사라짐의 속도를 늙은 달은 따라잡지 못하였다
시뻘건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비명을
노인은 뼈째로 삼켜내었다
질투로 수음하던 달님이 붉은 탯줄 엮어
직녀성 치하의 하늘로 등반하는 날 까지도
노인의 낡은 혓바닥은 시뻘갰다
밀물과 썰물이 닳지 않는 경련을
이미 닳아버린 생일까지 실어 나르는 동색의 달에도
같은 살갗의 자루에서 낄낄대던 두 개의 언어가
문자 없는 신음으로 교접하는 밤에도
시뻘건 물밭은 더 젖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