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 – Synchromatic Dandism

공시의 문법에서는 잠수함에 쳐박힌 인어가 산산나고 있다
시와 때만 남은 물거품 속에서 보글보글 솟아오르는 변명들
당신네 원죄일 뿐이에요
상한 생선살 우물거리던 왕자님 게걸스레
자 보아, 내 배꼽엔 탯줄이 있지요
순교한 여자예요, 나도
희생과 제물의 죗값은 저기 무지한 생존자들에게나 묻지 그래요
몰라서 매일을 살아가는 선원들에게
모르는 매일을 잊어가는 포로들에게
내 인어들의 이름은 나를 위해 간직하고 싶어요

죽은 동생 자궁에서 물거품 긁어먹던 언니들은
빈 몸 가득 헤엄치며 추억을 먹는 중이랍니다
속도로 둔갑했던 사랑의 유골을 묻는 중이랍니다
인어들은 살 아닌 기억을 소화시켜 운답니다
우리는 씹으며 애도한답니다

한결같은 기억은 젤라틴 케익이 묻어 달다
왕궁 결혼식 만찬의 추억
파리 구더기 꾀기 전
동생 위장의 위치를 기억하는 언니들만 훔쳐 맛보는 추억
끈적한 기억
고 계집애 호강했네 얄밉기도 하지
따끈한 기억
여직 고소한 기억

언니들은 순교한 자궁에서 제 물거품 도굴하여 빠글빠글 운다
공시에 도달한 왕궁 잠수함이 멀어지다가 엉엉댄다
오늘은 물거품으로 치장한 왕자님
자궁 찬 여인의 손목을 잡고
아가씨, 내게는 덜 잘린 탯줄이 있답니다
나는 덜 죽은 인어 동생의 유령이랍니다
당신이 내 덜 썩은 마음이듯
덜 삼킨 인어 비늘 비린내 진동하지만
공시는 시간을 옮기지 않아도 춤 출 수 있는 꿈의 문법이다
서로의 낯선 서사를 훔친 자궁에 밀반입하려는
유족들의 음모
저마다의 환시에서 밀수를 모의하며
달콤한 지느러미를 신고
아가씨 춤을 추어요
주춤거리기 위해 사랑을 했던 인어 동생들처럼
위장에서 산산나고 있는 물거품이

수줍게 승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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