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누가 흘러가라 충고하는가. 못 위에 자글자글한 파문을 찍어대며 발버둥치는 벌레들, 우아히 잠겨들지 못하고 떠올라버린 그 많은 다리들을 보고서도?
봄을 잃은 나비들은 뜬 눈으로 봄을 지샜다. 이상한 계절이다.
노랗게 변색되어버린 시절을 직감한 너희는 이상기후가 끝나기만 기다렸다.
낯선 종말을 그리는 사이 번데기에 초록 장마가 고여들었다.
차게 식은 너희 번데기를 찢어내고 나왔을 때, 갓 태어난 몸들은 쭈글쭈글했다.
오래 고여 늙은 태반을 벌려내고 나왔을 때, 세계는 여직 노랬다. 봄이었다. 게다가 긴 장마였다.
젖은 날개는 펼쳐지며 찢겨버렸고
초록 웅덩이에 잠겨든 나비는 날기 전에 헤엄치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물고기마저 익사하여 물귀신이 되는 사이
거슬러 물차지 말거라. 그저 흐르는 대로 두어라.
가라앉거나 떠올라서는 안 된다.
이제는 멎은 바람이 일러주었던 대로
나비들은 장마를 흐르고 있었다.
장마 향기가 장마 냄새로, 장마 비린내로 변해가는 동안
장마를 살았던 나비들에게선 어찌할 수 없는 장마 비린내가 났다.
여름이 되면 창공에서 질구를 벌리고 꽃가루로 수태해야 할 나비들을
봄꽃들은 외면하였다. 까탈스러운 신들은 메스꺼워 겁간하지 않았다.
차마 잊을 수 없어서 말끔히 잘라내지도 태워버리지도 볕에 소독하지도 못하고
축축한 그대로 이상기후가 냉동시켜서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이 늘러 붙은 장마 비린내
점차 꿉꿉해져가는 안개 비린내
감히 말릴 수 없어서 젖은 채로 얼려 버려서 계속 차오르는 장마 비린내
비리다고, 장마 비린내가 난다고, 바람은 너희를 쓰다듬지도 않았다. 노란 곰팡이로 물 오른 나비들은 신화 대신 기생충을 뱄다. 꿈틀 꿈틀 꿈틀 버둥대는 다리들 어제 태어난 다리들 오늘 돋아난 다리들 내일 부러질 다리들 그 많은 다리들을 너희는 전부 낳았다.
날갯죽지 간질이는 다리들이 너무 가려워서
평생을 앓던 계절이 너무 지겨워서
이제는 봄잠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번데기는 가라앉은 지 오래였다.
돌아갈 계절을 잃은 나비들은
마른 번데기 비늘을 덮고
익사한 번데기를 춘몽하였다
살아서 잊을 수 없는 계절로
잃어도 버릴 수 없는 계절로
날개를 접고 기어들어
꿈조차 없이 몽상하였다.
여름 아이들이 철없이 떼어내던 백일홍의 은밀한 삶을
겪은 적 없는 봄이 치사스러워서 짓뭉개버린 붉은 꽃잎을
숨긴 적도 들킨 적도 없이 시들어가는 새콤한 계절
여름도 가을도 되지 못하고 늙어가던 계절
유독 그러했던 계절
너희 봄을
날 적부터 유령인 봄 나비들
잘린 발을 질질 끌며 기어가는
안개 낀 날개는 끝내 젖은 채로
다시 날 수 없는 지독한 계절이 깨어난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