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스테이크 29

보호소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린 교사들이 유달리 길고 하얀 얼굴들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다녀왔다고 말하지 않았고 교사들은 여자를 반기지 않았다. 그들은 한참 동안 마네킹을 들여다보듯 서로를 낯설게 바라보며 서 있었다. 여자는 보호소의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열린 문틈으로, 철제 침대에 누워 복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소녀들이 보였다. 교사들은 복도 중간중간에 놓인 나무 의자들에 각자 앉아 … Continue reading 엔젤 스테이크 29

엔젤 스테이크 28

남자아이는 여자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교실 앞문을 열고 나갔다. 교사는 남자아이가 유령이라는 듯 아무런 동요 없이 계속해서 원을 교차하고 탈주하는 직선에 대한 시를 설명하고 있었다. 여자는 귓속에서 녹아내리는 액상의 고요를 느꼈다. 고양이의 부드러운 미소가 공기를 주름잡았다. 여자는 악몽이 비운 눈들의 틈을 보았다. 그녀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미래에 대한 향수가 그녀를 짓눌렀다. 별을 찢어발기는 … Continue reading 엔젤 스테이크 28

엔젤 스테이크 27

소녀는 창문에 사과를 내밀고 웃듯이 어울리지 않는 밝음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래, 너도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있잖아. 여자는 흐느끼며 속삭였다. 꿈은 항상 나를 저주해. 꿈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갈기갈기 찢기고 저주받고 냉장고처럼 추운 우주에서 영원히 부유하며 병든 채 죽어갈 것을 선고받지. 그건 우리가 남의 꿈 속에 잠입한 불청객이기 때문일까? 꿈 얘기를 더 해 봐. 소녀는 … Continue reading 엔젤 스테이크 27

엔젤 스테이크 26

점심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우글거리며 복도로 밀려나왔고 남자아이는 군중 속에 파묻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여자는 남자아이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남자아이가 떨어뜨린 마론인형이 여자의 발치에 있었다. 여자는 벌거벗은 마론인형을 주워들었다. 마론인형의 이마에 새겨져 있던 붉은 글씨는 흐릿하게 지워져 있었다. 여자는 마론인형의 이마를 조심스럽게 쓸어 보았다. 붉은 글씨는 립스틱으로 쓰인 것 같았다. 여자는 붉은 립스틱이 묻은 엄지손가락을 입술에 … Continue reading 엔젤 스테이크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