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A에게는 아름다운 여동생 유리코가 있다. 유리코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A는 유리코를 미워하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다. A는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유리코에게서 도망치려 한다. 거리를 취함으로써 생존하려 하는 것이다. A는 필사적으로 공부하여 명문 Q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아름답고 또 더 아름답기 위해서 멍청하게 구는 유리코는 Q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유리코는 스위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와 함께 외국으로 떠나고 A만이 일본인 외할아버지와 함께 일본에 남는다. A는 행복하다. Q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모두 예쁘고 부유하며 오만하지만, 그래서 A는 친구 없이 혼자지만, 그래도 A는 행복하다. 살아있음을 가능케 하는 아이러니-냉소의 거리 속에서 A는 음지식물처럼 뻗어나간다. A는 그다지 예쁘지 않고 공부하지도 않기에 Q 고등학교에 섞이지 않을 수 있으며, 가능한 한 공부했기에 유리코의 아름다움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치졸한 질투에도 섞이지 않을 수 있다. 생명을 가능케하는 구분선으로 둘러싸인 육체 속에서 A는 숨쉰다.

어느날, A는 유리코가 Q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Q중학교 학생은 졸업 후 별도의 입학 시험 없이 Q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유리코가 학교에 나타난다. 모두가 유리코를 주목한다. 유리코는 너무나 예쁘기에 A는 “유리코의 언니”가 된다. A는 유리코의 아름다움에 뒤섞여버린다. 거리를 잃어버린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거리를.

유리코가 늙어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창녀가 되어 살해당한 뒤에도 A는 “유리코의 언니”다. 아무도 A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아무도 A를 유리코로부터 독립적인 누군가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다른 창녀 가즈에와 온갖 가쉽들. 가즈에는 A가 Q 고등학교에서 만났던 여자아이다. A가 가즈에를 찍어 누르고 무시함으로써 숨 쉴 수 있는 거리를 벌리려 허덕이는 동안, 가즈에도 A를 필사적으로 무시했다. 가즈에는 Q 대학 경제학부에 진학한 뒤 일류 기업에 들어갔고 밤에는 창녀 생활을 했다. 그녀는 창녀인 자신과 커리어 우먼인 자신 사이의 거리를 벌림으로써 살아남으려 했다. 그 간극이, 그 찢어짐이 그녀를 살아남게 했다. 어찌 되었건 죽기 전까지 그녀는 살아 있으려 했다. 그녀는 극단적인 이중성이 주는 황홀감을 만끽했다.)

결말. A의 창녀-되기. “유리코의 언니”로서 혹은 창녀로서의 창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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