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성

아이들은 노래로 성을 쌓는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
각각의 기일에 쓰러져간 집으로
새 집을 지을 수 있을 거라고
검은 재로 지은 모래성도 희다고 믿던 애들
어제 죽은 새가 모래성으로 기어들면
미리 죽은 새들은 제 재로 애도한다
새들의 유골로 지은 모래성은 이른 밀물에도 쉽게 무너졌다

죽은 성의 잔해로 아이들은 다시 성을 쌓았다
이른 밀물이 성을 허무는 동안 흥건한 땀을 닦아내는
손짓은 모래 범벅이었다
재투성이 얼굴 부끄런 줄도 모르고 희게 태워내던 낮들에
흰 재는 검기 위해 희었지만
너희는 다만 희었다
검게 그을던 재 희게 타던 모든
피부에는 재가 묻어 있다
어제 죽은 유골도 화석이라고
지나던 고고학자가 네 얼굴에서 모래를 발굴해 갔다
노래말 알알이 뜯겨나가는 동안에도
갓 타들어가는 피부는 희었다

빼앗긴 말들은 언제 죽은 새들의 뼈였을까
울지 않는 새들은 재뿐이어서
소리만으로 너는 울었다
소리 없이 그을던 모래가 검은 만큼
소리뿐인 노래는 희어서
이제는 내일 들 밀물에도 소스라치며 쓰러진다
쌓아도 쌓아도 자꾸 무너지던 울음에는 뼈가 없었다
뼈 없이 흐르는 새들은 희기만 했다
그을지 못하고 고여든 울음에서는 악취가 났다
바다 주민들은 검은 비닐봉투로 바다 새들을 묶어냈다
밀봉된 울음은 이제
들리지도 않고 소란하다
제 봉투에서 저만 우는 새들이 매장된 바닷가에서
아이들은 썩지 못할 울음으로 성을 쌓는다
언제부터인가 비둘기는 울지 않는다 새들은 비밀스레 서로를
운다 들리지 않는 울음으로 지어낸 성채는
간혹 곤혹스레 희었고 햇빛이 아픈 아이들 눈에는 울음이 고여든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