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오이디푸스의 저주 메아리 울리는 안개 바다에서
귀신들은 날 적부터 귀신이었다
동굴의 향일한 사랑 기꺼이 사산하고
창백해진 윌리들은 안개를 뒤적이며 수음한다
지겨운 상실을 목도하러 땅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 관중들 앞에서
태양은 안티고네의 신방에 볕 째로 묻히고

귀머거리 노인들이 도로 게워낸 유언의 미광만이
무지개의 미련으로 잔존했다
볕의 음부는 덜 썩어 뜨끈했다
폴리네이케스의 질구는 오랜 비극을 시음해 보려는
미식가들의 혀에 으무른지 오래였다
차라리 오빠 자궁으로 안티고네는 오빠를 낳았다
오이디푸스는 어미에게 불사의 저주를 선물했다
누이여 오빠여 형제여 어머니 아버지 그 모든 오빠들이
신방에서 역류하여 둥근 척추 층층이 얽고 물결친다
굽은 등마다 막 죽은 무지개가 맺힌다

메블라나 맴을 도는 파문들 물결 하나에 오빠 하나 물살 하나에 오빠 하나
밑 빠진 모든 윌리들 올라타고 해저 신방에 버려둔
유복자들은 덜 죽은 태양에 홀로 익어갔다
비극의 모사를 모의하는 시인들이 물결의 겹을 찢고
반숙된 오빠들을 겁탈하려 아가리 벌릴 적에
자살한 태양이 덜 죽은 무지개 뭉개며 솟아 올랐다
지겨운 부활이었다

안티고네는 다시 사랑으로 붉게 익어갔다
권태로운 신부들은 더 이상 새벽 무지개에 소스라치지 않는다
비만한 빛살에 눈 멀기 전에 윌리들 처녀막에서
오빠를 끄집어내어 노을 너머 원광으로 던져버렸다

덜 저문 해가 태어나는 새벽에는 다시 잉태할 사랑을 버린
윌리들이 파아란 물살로 일렁댄다
없는 밤에 버려진 오빠들은 먼 데 출렁이는 살내음을 추억하며
자살자를 몰아올 밀물만 기다린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