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11년 12월 16일

나의 희생자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의 학대자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의 살해자들이 웃으면서 죽기를 바란다. 혹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어쨌든 그들이 불행하기를 열망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 14살 혹은 15살에 불과한데 가끔은 내가 아주 늙은 여자처럼 느껴지고는 한다. 반짝이 가루가 들어 있는 붉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눈물은 끈적한 초콜릿이다. 달콤한 냄새를 맡은 붉은 개미 떼와 검은 파리떼가 내 눈가로 달려든다. 내 눈은 텅 비었다. 눈이 텅 빈 어린아이는 눈 멂이 돌이킬 수 없는 일임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통한 깨달음은 언제고 찾아올 것이다. 서랍 깊은 곳에서 은밀하게 녹아가는 검은 눈사람을 기억하라. 사라진 눈사람에 대한 기억은 불가능한가?

우리는 모두 돼지가 되거나 돼지를 먹는다. 돼지가 되어 늑대를 기다리거나 늑대가 되어 돼지를 잡아먹거나.

그 애는 지나치게 무겁고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새였다. 유리로 만들어진 깃털은 너무나 무겁고 아름다워서 그 애를 횡단보도 너머의 세계로조차 데려갈 수 없었다. 그것은 병든 깃털이었다. 그것은 불구의 날개였다. 그 애는 병으로 아름다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 애의 병을 알고 있는 이는 그 애 외에 없었다.

아, 당신이 벌을 받고 있음을 알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처형인조차도 당신을 잊었다. 당신은 검고 습한 감방, 혹은 빛으로 휘황찬란한 광장에서 알려지지 않은 벌을 받고 있다. 당신의 심장은 흑요석 칼에 꿰뚫려 피를 흘리지만 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칼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한다. 아스테카의 유리 제단에서 피를 흘리던 희생자들도, 희생 의식도, 심지어는 피를 갈구하던 태양신조차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피를 쏟고 있다. 나는 피를 흘리고 있다. 내 심장은 검은 독에 짓물러 썩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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