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10년 10월 27일 – i11년 7월 15일

배우1 : 너 무슨 연극 같은 거 하는 거야?

고양이 : 나는 하얀 벽을 닦으면서 기다렸지.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하얘지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 나는 여백, 서울의 하늘, 건물들의 텅 빈 유리창에 대고 무엇인가를 휘갈겨 쓰고 있었어. 그건 시였지. 적어도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언어가 시라는 걸 알고 있었어. 세계의 다양성과 내밀함을 나는 경험할 수 없었지. 작가와 독자가 서로의 두 자유로운 몸짓 속에 숨을 불어넣고 춤추는 것을 나는 볼 수 없었어.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고 서로를 살해하고 서로에게 입맞추고 서로에게 삽입하고 삽입당하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없었어. 왜냐하면 그것은 내게 허락되지 않은, 불가능한 경험이었으니까. 그러므로 나는 세계의 다양성과 내밀함, 사람과 사람의 마찰, 생명과 생명의 마찰을 경험할 수 없음의 절망과 권태를 경험하였고 경험의 결여라는 경험을 썼지. 결여의 경험은 생처럼 넓고 깊었어. 결여에는 끝이 없지. 그것은 온갖 흰색으로 무너지는 거야.

어느날 수영장에서 놀던 여행객들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거야. 아, 나 너무 아파요. 무서워, 무서워, 무섭단 말이에요. 제발 날 꺼내 줘. 살려 줘. 아이는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소리를 지르고 애원해. 여행객들은 보이지 않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거의 미칠 지경이 돼. 하지만 아이가 빠진 구멍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거야. 여행객들은 정신 나간 방랑자처럼 물이 들어차 있는 수영장과 물이 없는 수영장 단단한 타일이 깔린 바닥을 헤집고 다니지만 어디에도 아이는 보이지 않아. 다만 살려달라는 아이의 애원만이 집요하게 들릴 뿐이지.

오, 그 아이를 찾기 전까지 아무도 구원받지 못할 거야. 혹은 그 아이를 찾기도 전에 그들 모두가 구원받고 말 거야. 나는 여기서 그 애가 돌아오기를 기다려. 그보다 이전에는 그 애와 함께 수영장에 빠진 아이, 혹은 아이의 애원을 듣는 어른들이 우리를 찾아오기를 기다렸지. 우리는 하얗고 순결한 새처럼 조심스럽게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순결한 새를 기다리는 새장처럼 우리는 이곳에 있었어. 시를 기다리는 백지처럼, (웃으며) 문지기를 기다리는 문처럼! 시골 사람을 기다리는 문지기처럼! 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기다리는 동안 나는 시를 썼어. 미칠 듯이 많은 시를 썼지. 그것은 우리가 기다리는 것을 불러오는 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언어였어. 그것은 열려라-참깨(깔깔거린다) 같은 주문도 아니었고 하다못해 가장 끔찍한 악몽을 불러올 저주도 아니었지. 내 시, 내 언어, 내 세계, 내 허상, 내 여백에는 어떠한 인력도 없어. 그건 무게도 소리도 가지고 있지 않아. 그것은 다만 나를 닮은 침묵의 한 형식일 따름이야. 그럼에도 나는 중독자처럼 계속 썼지. 쓰고 쓰고 또 썼어. 살아 있기를 그만둘 수 없는 오랜 자살 기도자처럼. 애원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어린 귀신처럼.

배우1 : 하지만 너는 그녀를 끌어안지 않았어. 그녀가 너를 보고 사라지는 것을 너는 그대로 두었어. 그녀가 그 비좁은 우물 속으로 몸을 우겨넣으며 사라지는 것을 너는 냉혹하게 지켜보기만 했지.

고양이 : 그리고 나는 어린 쥐를 잡아먹었어.

배우1 : 왜냐하면 너는 빌어먹을 맹수이기 때문이야.

고양이 : 왜냐하면 존재는 삭제될 수 없으며 다만 탈구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야. 존재가 존재를 이탈하여 탈존할 때조차 존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멍하게) 내가 그 애의 이름을 알았다면 네게 물었을 텐데. 그 애를 찾기 위한 실종자 전단이라도 만들었을 텐데. 나는 그 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애의 이름을 잊은 적도 없어. 단 한 번도 그 애의 이름을 알았던 적이 없으니까.

배우1 : 나는 너를 비난하지 않아. 네가 애원해도 나는 너를 살해하지 않아. 왜냐하면 나는 너와 관계 맺지 않으니까.

고양이 : 그래도 네 말은 꼭 위로처럼 들리는군. 꿈은 시간이 물리적인 한도를 초과하여 누적되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 꿈은 시간의 영원한 누적이고 영원한 낯섦이라는 생각. 나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만을 꿈꾸고 있어. 문의 거주자는 그곳에 있거나 없는 문지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원히 그곳에 있는 문이야.

문은 그의 주인이 문으로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단 한 발자국도 나서지 못한 채. 왜냐하면 문은 동물도 생물도 아니니까. 문이 가지고 있는 것은 견고하고 끔찍한, 그 영속적인 기다림뿐이지. 문의 주인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사이에도 문에게는 아무것도 없어. 문은 성공도 실패도 없지. 실패조차 가지지 못한다는 말이야. 왜냐하면 문은 행위할 수 없으니까. 문은 떠날 수 없고 문은 시도할 수 없으니까. 문은 문을 초월할 언어도 존재도 가지지 못했으니까.

나는 한 마리 새를 끔찍하게 기다리는 새장인데, 그것이 돌아오기 전에도 그것이 돌아온 뒤에도 나는 새장이지.

기도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알면서도 우리가 기도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확실한 언어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신과 관계하기를 원하지만 신은 다만 빛이고 심지어는 완전한 빛이므로 우리는 그가 도래할 최후의 날까지는 결코 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어. 그러므로 우리는 기도하는 거야. 기도가 그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해도, 우리는 빛을 표상하고 빛을 내용으로 삼는 기도를 혀가 문드러질 때까지 반복하는 거야. 나는 내 기도가 지닌 무형의 신체를 가장 잘 알고 있지. 나는 그것을 수도 없이 애무하고 맛보고 더듬거렸어. 나는 기꺼이 그 언어를 위한 집이 되었어. 죽은 남편의 유품인 하얀 피아노를 절망적으로 소중히 간직하는 여자처럼, 우리는 기도를 간직하는 거야. 피아노는 더 이상 망자와 어떠한 관계도 맺고 있지 않는데도. 망자는 더 이상 피아노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피아노를 더듬거리고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간직하고 마치 그것만이 전부인 양 사랑하는 거야.

기다림은 그런 것이지. 기다림은 피아노를 전혀 사랑하지 않고 그 위에 먼지가 쌓이도록 방치하여도 아무런 관계도 없을 그런 무위無爲지. 그런데도 기다리는 것은 우리가 기다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야. 그것이 불가항력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것을, 체온과 형상을 지니거나 그와 닮은 언어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우리는 유령의 신체를 조각하여 그것을 증오스럽게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나는 돼지의 방광으로 만들어진 그 애의 유령이 어디에선가 기어오는 소리를 듣고 있어.

i12년 1월 19일

나는 쉽사리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나를 살리는 것은 언어이며 나를 죽게 만드는 것 역시 언어이다. 언어를 배우지 않았다면 나를 배제한 보편의 언어에, 잔혹함 없는 잔혹함에 찢기지 않았겠지. 하지만 내 정신나간 언어만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생태계다. 언어가 없다면 세계도 없다. 언어가 없다면 몸도 삶도 없다. 귀머거리의 귓바퀴가 어둠 속에서 퍼올린 음운들. 꽃잎이 뜯겨가는 장미처럼 껍질이 벗겨져나가는 귓바퀴 속에서 나는 울며 떨고 있다. 짐승의 고기로 은폐된 금속성의 뼈. 극단적으로 취약한 시간을 사는 모든 죽어가는 자의 언어. 예외 상태의 전통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은 죽음처럼 긴급한 과제이다. 그 애는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는 말은 잘못된 언어다. 그 애는 유령처럼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나는 그 애를 더 이상 찾을 수 없고 그 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유령들이 여전히 생에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 유령들이 여전히 죽음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빛 속에서 꿈틀거리는 백색의 나체, 한 토막 구더기. 나는 그것을 밟아 짓이긴다. 과육처럼 붉고 끈적한 무엇인가가 지상에 묻는다.

시를 쓰는 것을 도저히 그만둘 수 없다.

생각하는 것을, 느끼는 것을 그만둘 수 없듯. 나는 유령을 찾는 몇 개의 공고문을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내걸었다. 초상을 붙일 자리도 이름을 붙일 자리도 없이, 유령을 찾습니다. 유령을 찾습니다.

우리에게는 다정한 포옹도 입맞춤도 없었음에도 어째서 우리는 살아 있었던 것일까? 마치 한 번도 죽지 않은 것처럼 우리는 살아 있었다. 마치 한 번도 천사의 고기를 썰어 도축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는 살아 남았다. 짐승의 불그스름한 고깃덩이를 덜어내면 그 안쪽에는 단단한 날이 희번득한 하얀 케이크 칼이 있다. 그 케이크 칼을 꺼내어 나는 내 허벅지와 목의 살을 저며냈다. 눈꺼풀이 서서히 열린다. 나는 유리창에 들러붙어 있는 피와 점액을 보았다. 무표정한 얼굴 위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입술 근육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교차점들. 그 애는 그 애를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녕. 아이들은 침묵한다. 혹은 인간의 말을 하는 앵무새를 바라보듯 깔깔거리며 웃는다. 안녕, 안녕, 안녕. 과거의 축과 미래의 축의 충돌점은 현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가? 현재는 그 모든 무한한 평면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아무도 온전한 현재를 살 수 없다. 그러나 아무도 현재로부터 피할 수 없다. 우리는 현재 바깥의 현재를 구상할 수 없고 현재 바깥의 현재를 상상할 수조차 없다. 왜냐하면 그 모든 관념과 상상, 기억이 현재의 평면 위에 펼쳐져 있으므로. 가장 날카로운 대각선마저도 현재의 평면축 위에 펼쳐지는 것이다. 나는 내 목을 조르는 천사의 손가락뼈 하나하나를 케이크 자르는 칼로 썰어냈다. 하얗고 은밀한 뼈가 내 뺨을 할퀴었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그 애는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 애가 화장실 한쪽 구석에 서서 벽을 두드리며 구조를 요청하는 것을 아무도 듣지 않았다고 했다. 그 애는 인간의 말을 배웠고 인간의 말로 살고자 했으나 아무도 그 애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 애는 말을 배워서는 안 되었을지 모른다. 말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그 애는 인간을 원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오 그러나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말과 인간의 얼굴이 모두 지워져도 인간에 대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 애가 인간이기 때문인가?

혹은 그 애가 유령이기 때문인가?

그 애는 자신의 어머니가 시인이라고 했으나 그보다 먼저 그 애는 시인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애의 언어가 무표정하고 흰 배우의 얼굴 위에 무한한 금을, 무한한 유동적인 틈새와 무한한 범죄와 무한한 방책, 무한한 출구, 무한한 도주를 만들어내는 것을 황홀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 애를 떠났을 것이다. 나는 새들의 무리 속에서 새들의 울음으로 노래했을 것이다. 늑대들의 무리 속에서 늑대들의 고기를 물어뜯었을 것이다. 혹은 인간의 무리 속에서 인간의 언어로 사랑했을 것이다. 그 애 역시 마찬가지였겠지.

우리는 우리의 얼굴을 찢어서 출구를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숨을 쉬기 위해 여자는 경련하는 입술 근육을 귀 끝까지 찢는다. 그녀는 미칠듯한, 하얀 벽을 바라보며 인간의 언어를 쏟아붓는다. 눈꺼풀이 닫힌다. 여자는 유령을 찾는 것이 불가능함을 안다. 유령은 영원한 실종자이므로. 유령은 실종자들의 세계에서 태어난, 발 없는 물고기와 같으므로. 유령은 인간의 세계로 건너오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세계로 건너온 이미지들은 유령의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갈구하고 남기고 발견된 인간들의 이미지들이다. 우리는 인간과 사랑하고 인간을 갈구하기 위해 인간과 맞닿고 인간을 끌어안기 위해 인간의 언어를 배웠으나 인간의 언어는 우리를 사랑하지 않았다. 우리는 원 바깥에서 원을 이루며 모여선 인간들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는 그 속의 내밀한 애정과 위로, 심지어는 증오조차도 훔칠 수 없었다. 그랬다. 우리는 훔치기 위해 밤새도록 떠돌았지만 결국 훔칠 수 없었다. 우리는 날개가 부러진 새였고 끔찍한 자폐를 앓는 도둑이었으므로, 단 한 조각의 마음도 훔칠 수 없었다. 그들의 등 가까이 다가가며 우리는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발작했다. 우리의 입술에서 더러운 침 거품이 새어나왔고 우리는 우리의 배설물이 우리의 것이 아닌 공간을 더럽히는 것을 은밀한 황홀함으로 바라보았다.

i11년 7월 15일

그레텔 : 헨젤. 뭐 하는 거야?

헨젤 : (훌쩍이며) 엄마에게 물을 주고 있어.

그레텔 : 무슨 물?

헨젤 : 엄마에게 물을 주면 (더듬거리며) 매일 엄마에게 물을 주면 엄마가 다시 살아날지도 몰라.

그레텔 : 백치 새끼. 누가 그런 말을 해? 엄마가 왜 다시 살아나는데? 엄마는 천국에서 우리를 기다리겠다고 했어.

헨젤 : (낮은 목소리로) 그건 내 대사잖아.

그레텔 : 뭐? 뭐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헨젤 : 됐어. 그보다 그레텔. 난 배가 고프고 섹스도 하고 싶어.

그레텔 : 그래서 엄마를 먹고 엄마를 강간하겠다는 거야?

헨젤 : 꼭 그런 건 아니야. 엄마가 다시 살아나면..(말을 흐린다)

그레텔 : (무대 바닥에 주저앉는다. 긴 침묵.)

헨젤 : 그레텔. 우리는 서로 돕고 살아야 해. 엄마가 살아 있다면 엄마는 그렇게 말했을 거야.

그레텔 : 그래서 나를 잡아먹고 나를 강간하겠다는 거야?

헨젤 : (삽을 치켜올린 채로 그레텔에게 다가간다. 그레텔은 천천히 뒷걸음질 친다.) 그레텔. 난 배가 고프고 슬퍼. 슬퍼서 미칠 것 같아.

그레텔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헨젤 : (어린아이처럼 울먹이며) 너는 강간당하고 잡아먹히고 싶지 않다는 거야?

그레텔 : 그래. (소리지른다) 나도 강간하고 잡아먹고 싶어.

헨젤 : 누구를? 무엇을?

관객들 : (합창하는 어린아이처럼 운율을 맞추며) 누구를? 무엇을?

그레텔 : 무엇이든. 뼈 위에 살이 붙어 있는 짐승이라면 무엇이든 좋아.

헨젤 : 그럼 우리 도시로 가자. 거기에는 사창가도 있고 부랑자들도 있고 쥐새끼들도 있고 창녀들도 있어. 그곳에는 무한한 재료들이 있다는 말이야.

그레텔 : 꺼져, 살인자. 강간범.

헨젤 : 너도 그걸 원한다며? 아, 맞아. 그레텔. 여기에 엄마를 두고 갈 수는 없어. 우리가 없는 동안 엄마가 살아나면. (흐느낀다.) 나는 내가 살해할 여자들의 젖가슴을 뜯어서 엄마에게 먹이고 싶어. 엄마가 너무 가엾어. 엄마는 우리에게 젖을 내주기만 했으니까. 우리에게 젖을 내주면서 엄마도 젖을 빨고 싶었을 거야.

그레텔 : 엄마가 그걸 원할까? 정말? 정말 엄마가 그걸 원할까? 살해당하는 창녀들이 그걸 원할까? 정말? 그녀들이 살해당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녀들이 살해당하는 순간에 원하는 건 그녀를 살해하는 남자를 물어뜯어 죽이는 일일까? 혹은 살해 바깥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일까? 그녀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어, 오빠. 살해당하는 순간, 강간당하는 순간-너는 그게 강간이 아니라고 말하겠지- 그녀들은 노래해. 그녀들은 노래하고 또 노래해. 노래가 남지 않을 때까지, 노래가 남지 않아도, 그녀들은 노래해. (흥얼거린다.) 언젠가 그것을 들을 누군가를 미쳐서 기다리며 노래해. 그 들림을, 들림의 미래를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그녀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어.

헨젤 : (놀라며) 너, 정말? (그레텔의 목에 삽을 가져다대며 불안스러운 목소리로) 네가 엄마를 죽였다는 사실을 말하겠어.

그레텔 : 그리고?

헨젤 : 네가 창녀라는 사실도. 이건 정말 불공평해. 너는 엄마를 죽이고 엄마를 만들고 엄마를 훔치고 창녀짓까지 했잖아. 내가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동안 너는 모든 범죄를 가졌어. 우리는 내내 같이 있었는데!

그레텔 : 그럼 네게도 하나를 주지. 이제부터 네가 창녀야. 알았어?

헨젤 : 그래.

그레텔 : 그럼 네가 내게 하려던 대로 나는 너를 강간하고 죽일 거야. 알았어?

헨젤 : 너를 죽이려던 건 아니었어. 너를 강간하고 잡아먹을 생각이었지. 나는 배가 고프고 미칠 듯이 슬프니까. 그보다 내가 이제 창녀라면, 내가 창녀로서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거지?

그레텔 : 그래.

헨젤 : 나는 창녀로서 너를 강간하고 죽이고 싶어. 우선 너를 꽁꽁 묶어 놓을 거야. 나를 강간하고 물어뜯지 못하도록. 야영지에 나타난 곰에게 그러하듯이 너를 묶어 놓을 거라고. 알겠어?

그레텔 : (힘없이) 그래.

헨젤 : 그런데 내가 창녀면 너는 뭐야?

그레텔 : (무기력하게) 글쎄.

헨젤 : 맞아! 너는 우리 엄마를 죽인 살인자잖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범죄를 뺏은 도둑 새끼지.

그레텔 : 그래.

헨젤 : (눈치를 보며) 별로 재미 없어?

그레텔 : (퉁명스럽게) 응.

헨젤 : 묶고 목을 조르는 부분까지만 해도 될까? (소곤거린다) 진짜로 죽이지는 않을게.

그레텔 : 마음대로.

헨젤 : (어린아이처럼 들떠서 흥얼거린다.) 너는 너 나름대로 너 자신을 구하러 애쓰고 있겠지. 밤을 횡단하는 존재들처럼 되기를 원하고 있겠지. 난 긴 밤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어. 그러나 보는 자의 실존은 눈이 아닌 모든 곳에 있으므로, 내 눈에는 더 이상 초점이 없지. 초점 없는 눈만이 읽을 수 있는 밤의 희미한 글자들을 나는 바라보고 있어. 그것들은 나를 바라보지 않지만 나는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야. 초점을 잃은, 미쳐버린 그 모든 눈들이 밤 속에서 미미하게 빛나고 미미하게 살아 있어. 무한히 비좁은 장소를 미친 듯이 벌리며 허우적거리는 경련들. 내가 네게 그랬듯이 내 발을 핥아. 내가 네게 그랬듯이 내게 살려달라고 애원해. (소리치며) 내가 네게 그랬듯이 비명을 지르고 흐느껴. 내가 그랬듯이 짐승의 언어로 인간에게 애원해. 내가 악착같이 부르짖었던 그 소리를, 그 끔찍하게 미미한 소리를 들으려고 악착같이 노력해. 그러면 네가 애원하는 것을 내가 들어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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