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년 4월 3일, a-3년 4월 4일, a+1년 4월 4일

a-5년 4월 3일

뼈들이 눈을 악물고 잠자는 소리. 목구멍의 긴 침묵 밑에서 내 뼈들이 부딪히는 소리 내 뼈들이 부르는 소리. 죽은 아름다운 탄식이 가시처럼 긴 뼈 밑으로 내려가고 있다. 신이 나를 위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신은 나를 위해 죽지 않았다. 신은 나를 위해 죽지 않았다. 신은 나를 위해 신은 나를 위해. 아이는 검고 정적인 눈으로 나를 관찰한다. 불안한 환대로 흔들리는 눈빛. 아가야. 눈을 악물고 잠들어도 소용없어. 생각해도 너는 존재하지 않아.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To be or not to be?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non fui. non sum.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처음 만났을 때 너는 쥐새끼처럼 작고 여렸지. 너를 굶주린 오만한 고양이에게 던져주고 싶었어. 죽은 새처럼 고양이의 이빨 사이에 늘어져 있는 너를 보고 싶었어. 보고 싶지 않았어. 내가 미쳤다는 것을 알아 내가 충분히 미치지 못했다는 것도.

우리 엄마는 서커스 단원이었단다. 그 여자는 나를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매단 채로 하늘의 천장을 질주했지. 긴 레일 위에 얽혀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황홀하게 움직였어. 혹은 그녀의 머리채를 붙들고 있는 거대한 새는 아무런 의심 없이 황홀하게 날아갔어.

아니야. 거짓말이야. 내 엄마는 서커스 단원이 아니었어. 내 엄마는 없었어. 내 엄마는 없어. 내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내 엄마도 없었던 거야. 존재하지 않는 이에게 어떻게 부모가 있겠니?

나는 유령들의 일기를 훔쳐낸 적이 있지. 므네모시스의 유령들은 투명한 손가락으로 제 삶을 느리고 허망하게 기록하고 있었어. 손가락 끝에 묻어 있는 투명한 피는 아무것도 적시지 못했는데도. 나는 그 유령들에게 말을 걸었어 : 비너스를 열까?

유령들은 내 목소리를 들었고 내게 무어라 말했지만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 침묵으로부터 밀려난 침묵에는 어떤 음향도 향기도 없었어. 그 빌어먹을 텅 빈 뻐끔거림. 그들은 소리로부터 숨겨진 채 물고기처럼 침묵하였고 침묵하고 싶지 않았고 그러나 침묵하였고 나는 그들을 듣고 싶었어. 지긋지긋한 사라짐의 이미지. 므네모시스가 기억이 아닌 망각의 정령이었다면 우리는 그들의 기계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네 엄마는 서커스 단원이었단다.

나는 유령의 뻐끔거림을 그렇게 읽었지. 어쩌면 그는 네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단다, 하고 말했을지도 몰라. 네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단다와 네 엄마는 서커스 단원이었다 사이의 심연에는 짙푸른 강이 있어. 강은 물의 양각 얼굴이고 돌은 물의 음각 얼굴이지. 얼굴들은 물의 시간이며 물의 자국이야. 익사한 하얀 돌은 물의 음각 얼굴은 강의 물을 물의 양각 얼굴을 응시하고 있어. 어쩌면 너도 유령이 아닐까? 내가 유령인 것처럼 너도 유령인 것이 아닐까?

일기를 쓰렴. 지렁이처럼 따뜻하고 축축한 그 손가락으로 세상 그 무엇보다도 비밀스러운 것이 될 일기를 쓰렴.

아이는 울기 시작한다. 유령들의 삶을, 유령들의 시간을 아는 것처럼. 혹은 모르는 것처럼 너는 울기 시작한다.

끈질기게 잔존하는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니? 어떤 이미지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어야 옳은데도 집요하게 남아 있지. 나는 그것을 유령들의 삶 유령들의 시간 유령들의 이미지 유령 유령이라고 불러. 유령의 이미지는 인간의 이미지에 선행한다. 유령의 이미지는 사물의 이미지에, 짐승의 이미지에 선행한다. 유령의 이미지는 유령에 선행한다. 인간의 이미지가 인간에 선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나간 미래인 그 많은 현재들, 지나간 미래인 존재하지 않는 현재들. 유령들의 뜯긴 그림자에서는 검지도 희지도 않은 피가 흐른다.

동전 비린내가 나요. 아이는 말한다.

그래. 유령들의 살갗을 벗기면 그 속에서는 동전 비린내가 난단다. 유령의 내장에서 나는 냄새는 은색의 살과 땀처럼 비릿한 금속 냄새지. 부옇게 벌어진 웃음이 보이니?

보이지 않아요. 아이는 흐느끼며 말한다.

아가, 네 볼에 슬픔이 물감처럼 묻어 있구나. 침을 발라 지우렴. 나는 피곤해 너무 피곤해서 움직이고 싶지 않아. 자,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손거울을 들고 두 개로 증폭된 너와 너의 사이에 붙어 있는 얼룩은 신경쓰지 말고 너와 너를 닮은 것 너와 너를 닮지 않은 것 네가 아닌 것과 너를 닮은 것의 얼굴들을 쓰다듬으렴. 그것을 벗겨내고 그것을 뜯어내고 그것을 문질러. 알겠니? 간단한 일이야. 세 살이 넘은 아이들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지.

자, 잘 닦았구나. 너는 유령이 아닐지도 몰라. 유령은 거울을 볼 수 없으니까. 거울에 남겨진 유령은 바깥을 보아도 두 개가 아니지. 거울 안에 있는 유령이 거울 바깥을 보고 거울 바깥에 남겨진 유령의 시선이 거울 안을 되돌아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단다.

유령의 몽타주들, 유령의 얼굴을 부수고 엮고 흩뿌려서 몽타주를 만드려는 작업을 하려 한 적이 있지. 하지만 유령들의 얼굴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어. 내가 그리는 것은 언제나 유령이 아닌 자의 얼굴이었고 그려진 얼굴은 언제나 살아 있는 자 혹은 죽어 있는 자 어찌되었든 존재하는 자의 얼굴이었으니.

나는 비열하게 작업 방향을 바꾸어 익명인 자들의 얼굴 몽타주, 익명 몽타주를 만드는 데 만족해야 했단다. 그게 어디에 있더라. 결국 전시하지는 못했는데. 나에게 우리에게 그들에게 자리를 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결국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던 비-장소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으니까.

아직도 울고 있구나. 배가 고프니? 레시피 : 짐승들의 이빨을 맹물에 넣고 서른세 시간 동안 끓이시오. 치아스프의 레시피란다. 아직 서른세 시간은 더 기다려야겠구나. 아니 좀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거야. 난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지금 일어날 수가 없어. 좀 더 기다려. 좀 더 좀 더 좀 더 굶어도 괜찮단다. 유령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 그건 그들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갈증과 허기가 그들의 육체를 얼굴을 전부 삼켜버렸기 때문이야. 허기는 죄일까? 얘야, 우리는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데 그건 죄일까? 신은 우리의 죄마저도 창조한 것일까? 그(녀)는 천진하고 음험한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우리를 우리의 죄를 내려다보면서 뉘우치고 있는 것일까?

신은 마조히스트라서 스스로 벌을 받기 위해 스스로 뉘우칠 명분을 갖기 위해 죄를 만든 것일지도 몰라. 그(녀)는 우리 대신 희생하기 위해 우리의 죄를 만들어냈고 우리 대신 죽기 위해 죽음을 만들어냈지. 그(녀)가 모든 것을 관념마저도 만들어냈다면 죄와 벌을 고통을 만들어낸 것 역시 그(녀)의 목적 혹은 무목적 때문이겠지. 응. 맞아. 나는 신과 불화하고 있어. 아가야. 아마 너도 곧 신과 불화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잠든 이의 숨결로 거울을 적시고 그 속을 들여다보렴. 거울이 내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너는 곧 알게 될 거야. 거울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거울이 가진 것은 표면뿐이지. 거울의 표면을 떼어내 강물에 던져버리렴. 낙화한 꽃잎처럼. 불을 끄고 낯선 방의 검은 이미지를 손으로 더듬거리며 본 적이 있니? 침묵의 비-장소를 본 적이 있니? 견고한 작별, 견고한 부재, 돌아가는 데 너무 긴 시간이 소요돼.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공감이 아닌 불화의 공동체뿐이고 오, 얘야 예술은 현실이되 초현실인 것이란다. 예술은 있으며 있지 않은 것이야. 예술은 사람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유령이란다. 유령의 얼굴을 알아보겠니? 투명하게 일그러진 선들이 보이니?

아이는 운다. 아이는 고개를 젓는다. 아이는 나를 저주한다. 아이는 침묵의 네거티브를 저주한다. 아이는 작별도 없이 떠날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서커스에서 부유하는 어머니가 되어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없을 것이다. 혹은 있을 것이다. 혹은, 혹은, 혹은. 나는 아이에게 쓰레기로 속을 채운 인형을 선물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는 정적을 게워내며 흐느낀다. 침묵의 검은 침이 아이의 입 밖으로 흘러내린다.

아이야 사랑하는 아이야 나는 도덕적이지는 않지만 윤리적이니까, 나는 다른 사람의 입법은 잘 알지 못하지만 생의 입법은 알고 있으니까 네 얼굴을 닦아 줄게. 이 모든 게 더 이상 아프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견디기 어렵구나. 과거적이지 않은 시간, 시계는 계속 움직이고 있는데 시간을 이십사분할 사십팔분할 오백육십사분할 하는 째깍거림 기계적인 절단, 과거는 미래를 가지고 있어 보이니, 미래가 보이니 아이야? 아니야. 틀렸어. 과거의 미래는 현재가 아니란다. 너는 간단한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더 이상 아프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견디기 어려워 나는 벽시계를 뜯어내 내동댕이쳤다.

아이가 우는 소리. 끔찍한 비명소리.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벽시계를 부수고 내 손바닥에 남은 긴 자상. 내 손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가 깨진 시계의 유리와 평면 속에 떨어져 남는다.

남는다.

남는다.

남는다. 피얼룩.

과거에는 미래가 있어. 미래가 있어. 나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는 존재한다. 과거는 존재하지 않아도 미래는 존재하고 현재는 존재하고 나는 존재하지 않아. 얘야, 나는 존재하지 않아. 역사가 존재하는 동안 나는 존재하지 않고 현시의 욕망이 존재하는 동안 나는 존재하지 않고 생각이 존재하는 동안, 더 이상 아프지 않으리라는 끔찍한 생각이 존재하는 동안 나는 존재하지 않아.

이제 비너스를 열어볼까? 여섯 개의 거울 주사위들을 늘어놓으렴. 거울 주사위들은 서로의 반영을 서로의 얼굴을 비추는 서로의 얼굴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지. 마주보며 얼굴이 되어가는 얼굴들을 보렴. 그림자는 얼굴의 거울상이란다. 얼굴의 거울상의 거울상의 거울상의 얼굴을 보렴. 여섯 개의 거울 육면체들 그 속에서 흐느끼며 벌어지는 그림자들.

내 손에서는 피가 흐르는데 피 얼룩은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는구나. 피를 더 흘려야 할지도 몰라. 너를 만나던 날 나는 죽음처럼 벌어져서 피를 흘렸지. 너는 내 허벅지 사이에서 피를 침묵을 생을 게워내며 울었고 나는 그런 네가 사랑스럽고 징그러워서 구역질을 했어. 아무것도 토해내지 않으면서 구역질을 했어. 그런 구역질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니? 미미하고 끈질기게 생존하는 이미지들 재출현하는 이미지들 그런 이미지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아니? 그런 유령들이 어떻게? 그런 삶들이 어떻게?

그런 죽음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아니?

a-3년 4월 4일

나는 지옥에서 훔쳐낸 이미지들로 글을 쓴다. 이미지들은 파편이고 비명하고 있기에 아무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미지들은 불완전하고 심지어 거짓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거짓은 진실들의 단편이다. 유일하게 존재 가능한 방식의 이미지들. 날카로운 균열들, 네거티브 필름들, 공포로 흔들린 이미지와 비대한 빛으로 부풀어오른 희미한 영상만이 그곳의 단편이다. 불가능성으로 구부러진 세계에서 나는 이미지를 사유한다. 이미지를 사유할 수 없기에 이미지를 사유하고 삶을 살 수 없기에 죽음을 산다. 기억할 수 없기에 기억한다. 내가 오지 않은 곳을, 내 비-장소와 내 비동일성을.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가 아닌 것이다.

원고들을 부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는데 어느새 나는 또 그것들을 옮겨적고 출력하고 복사하고 나누어담고 있다. 복사되고 버려질 때마다 무언가 소모된다. 나는 느낀다. 무언가 닳아 뜯어지는 것을. 바깥으로 보낸 메시지는 발송인을 입술을 흐느낌을 잃어버리고 잊혀진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잊힌 것이고 잊히지 않기 위해 보낸 메시지조차도 이미 잊힌 것이다. 아무도 나를 상상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의 상상을 상상하지 않는다.

이곳은 인공지옥이다.

내 사랑스럽고 가여운 아가. 사산되지 않은 내 아가. 너는 어린 새처럼 건강하구나. 사람들이 어린 새를 어떻게 요리해 먹는지 아니? 가엾은 오르톨랑을 어떻게 요리해 먹는지? 그들은 살아서 바둥거리는 오르톨랑의 작은 두 눈을 뽑는단다. 깊은 곳에 연결되어 있던 신경 다발들이 비어져나와 흘러넘치고 검은 피가 흐르는 두 개의 암흑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 어려운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르단다. 나는 어려운 것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믿었지. 그러나 아무도 상상하지 않은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체념.

오르톨랑은 아직 체념하지 않았단다. 하지만 빛 한 점 들지 않는 작은 상자에 가두어진 여린 새는 검은 두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울부짖는단다. 그들은 상자 안에 수수무화과를 계속 퍼붓는 거야. 오르톨랑은 수수무화과를 다 먹으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계시와도 같은 음식을 모조리 먹어치우면 밖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단다. 상자 안은 수수무화과와 어둠뿐이었으니까. 그곳에 오르톨랑 촉새는 없었다.

오르톨랑은 없었어.

오르톨랑은 아직 없었어.

오르톨랑은 그림자조차 없는 검은 암실에서 수수무화과를 먹었어. 먹었고 먹었고 먹고 또 먹었어. 오르톨랑은 비대해졌다. 두 배 세 배 그 정도로는 안 되지 네 배 다섯 배는 더 비대해졌어. 오르톨랑의 여린 다리는 금방이라도 부러질듯했고 오르톨랑의 창자는 부드럽고 풍만하게 부풀어올라 그 애의 가죽을 밀어젖혔지. 오르톨랑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어. 찢어질 것 같았어. 숨이 가빠 죽을 것 같았어. 하지만 죽지 않았어. 아직 죽지 않았어. 아직. 아직.

그가 오르톨랑을 상자에서 빼낼 때 오르톨랑의 상자에는 수수무화과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단다. 그곳은 오르톨랑과 어둠, 혹은 오르톨랑의 부재와 어둠뿐이었지만 그 완벽한 어둠을 증언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오르톨랑을 끄집어내기 위해 그들은 오르톨랑의 어둠을 으깨 부수었으니까. 그곳에는 빛이 있었고 넘쳐나는 빛, 무용한 빛, 눈 먼 오르톨랑이 두 개의 눈구멍이 볼 수 없는 빛이 있었고 오르톨랑은 흐느낄 수조차 없었어. 오르톨랑의 눈구멍은 이제 두 개의 무감각한 광학기계조차 아니었고 오르톨랑이 짖어대는 어둠의 시차를 아무도 느낄 수 없었고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고 아무도 상상하려 하지도 않았어.

그들은 오르톨랑의 부드럽고 비대한 두 허벅다리를 붙잡고는 아르마냑 통에 빠뜨렸지. 황금빛 액체 속에서 오르톨랑은 물고기처럼 비명을 질렀어 물고기처럼 침묵했어 뻐끔거리는 공기방울들이 위로 위로 올라가는데 오르톨랑은 점점 가라앉았어 황금빛의 달콤한 액체가 오르톨랑의 폐와 위장에 스며들었고 오르톨랑은 물고기처럼 침묵했어.

물고기처럼 침묵했어.

아이는 물고기처럼 조용했다. 나는 오르톨랑의 이미지 조각들을 우편 봉투에 나누어 담아 정리하고 있었다. 내일 이 이미지들은 어디에도 닿지 않고 사라질 것이다. 나는 내가 보낸 것을 결코 잊을 수 없겠지만 그것을 받은 자는 아무도 없겠지. 나는 이미지들의 날카로운 파편에 찢겨 피투성이인데 내가 피 흘리며 부친 검은 빛의 몽타주는 대체 어디로 사라지는가?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오직 낭비되기 위해 오직 사라지기 위해 부친 것이다.(그러나 결코 나는 사라지기 위해 낭비되기 위해 보낸 것이 아니다!)반복, 반복, 반복. 부재와 무응답의 반복, 반복, 반복, 상상불가능성과 현시불가능성, 불가능성의 반복, 반복, 반복, 그러나 어떠한 가능성은 끔찍하게 피흘리며 물고기처럼 뻐끔뻐끔 비명을 지르는데 그들은 오르톨랑이 끝까지 침묵했다고 했지. 오르톨랑이 온순하고 비대한 침묵으로 그들의 혀를 애무했다고 말했지. 오르톨랑의 창자는 브랜디로 부풀어올랐단다. 폐와 심장과 위가 얼마나 달콤한 분홍빛으로 비대해졌는지 그들은 곧 알게 되었지. 그들은 익사한 오르톨랑을 오븐에서 6분 혹은 8분 가량 구운 후 깃털을 모조리 뽑고 하얀 접시에 담아 내왔지. 그들은 신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는 전통에 따라 하얗고 순결한 냅킨을 뒤집어쓰고 오르톨랑을 먹었지만 사실 신은 그들의 입속에 있었지 신은 브랜디로 부풀어오른 황홀한 창자로 그들에게 입맞추고 있었지. 예고된 기적으로. 하얀 가면 속 숨겨진 얼굴들과 맞닿은 어린 새의 문드러진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그들은 기억하지 못했지. 새는 아마 울고 있었을 거야 혹은 웃고 있었을 거야. 하얀 냅킨으로 감싸인 은밀한 전시의 공간은 오르톨랑의 향취를 증폭시켰고 그 애의 적막한 비명을 미소를 증폭시켰고 그들은 그 모든 흐느낌과 웃음이 모두 고기의 달콤한 향기일 뿐이라고 믿으며 어린 촉새의 머리를 잡은 채 다리부터 먹었지. 작은 새의 살을 쪽쪽 빨아내는 붉은 보랏빛의 검은 푸른 입술들. 그들의 입술은 브랜디와 새의 기름으로 번들거렸고 그들은 날개뼈와 다리뼈 가슴뼈 큰 뼈들은 뱉어가면서 쪽쪽 빨았지 탐욕스러운 어린아이처럼 쪽쪽 쪽쪽 무엇보다 부드럽고 달콤한 내장이 그들의 잇새에서 터졌고 황금빛으로 장식된 화려한 피가 육즙이 그들의 긴 목구멍을 적셨지.

그 애의 눈은 이미지의 부재로 반짝였다. 나는 아이의 검은 눈에서 범람하는 이미지의 부재를 응시했다. 어린 새들의 죽음이 차려진 식탁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사람들 악단은 블루스를 연주하고 사람들은 춤을 추었지 도래할 달콤한 향연을 예비하며 그들은 웃고 시를 읊었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비극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들은 노래했지. 죽음은 향연의 일부였고 향연은 죽음의 일부였고 오븐 속에서 달구어지는 노릇노릇한 시체와 은빛 포크에 꿰뚫린 돼지의 붉은 살.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축제였는지 시인들은 노래했어. 보여서는 안될 것이 보이는 동안 보여야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었어. 지옥에서 훔쳐낸 이미지들 불가능으로 구부러진 불구의 세계. 그것을 나는 보냈지, 얘야. 오늘도 보냈고 그 전에도 보냈어.

하지만 아무도 연락하지 않는구나.

아무도 내게 다른 이미지를 요구하지 않는구나. 아무도 내 이미지를 상상하지 않는구나. 그것은 보일 수 있는 것인데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너도 보이지 않니? 공전하지 못한 숨결에 우주가 녹아내리는 동안 은하는 개의 시차를 자전하고 사람들의 눈이 검고 차가운 광학기계가 될 때 나는 사람의 형상을 훔치려 땅을 지옥을 파는 거야. 손톱은 검게 변하고 피가 흐르고 나는 그곳에서 몇 개의 훼손된 빛들을 주워모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그러는 거야. 아니, 사실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조차 그들은 하지 않는 거야.

너는 내 가장 충실한 관객이란다. 너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지만 그들은 하지 않으니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건 너뿐이니까. 무응답은 지긋지긋해. 그렇지 않겠니. 지긋지긋해. 더 이상 보내지 않으려 했지만 보내지 않고 무엇을 살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나는 일기를 쓴 게 아닌데 나는 보내기 위해 편지를 썼는데 아르마냑 통의 바깥으로 보내기 위해 물거품으로 시를 썼는데 아무도 읽지 않는구나. 그가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익사해 죽어버린 나는 영원히 알 수 없을 테지.(그러나 분명 읽지 않았을 거야. 읽지 않았을 거야. 왜냐하면 사실 나는 알고 있으니까. 물거품으로 쓰인 글을 읽을 수 있는 이는 없다는 것을) 비가시성을 드러내기 유령의 삶을 드러내기 나는 내 아이의 눈에서 반짝이는 그림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인간의 이미지는 브랜디 통에 잠긴 오르톨랑과 분리할 수 없단다. 그곳에서의 파괴에는 잔해조차 남지 않았지만 나는 잔해의 네거티브 필름으로 글을 썼단다. 이미지가 불가능한 곳에서 나는 이미지의 불가능한 파편으로 글을 썼단다. 그것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지. 상상할 수 있었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기 위해 나는 죽었단다. 말할 수 없음에 상상할 수 없음에 소통할 수 없음에 그 쉬운 말에 인간을 삶을 신을 의탁하지 않기 위해. 나는, 살해자는 오르톨랑의 죽음을 증언했단다. 살해자는 오르톨랑의 몸의 기억과 사물의 기억과 익사의 순간, 잊혀짐, 충격, 오아시스처럼 솟아나는 검은 피의 울림을 증언했단다.

나는 살해자지만 죽은 오르톨랑들에 대해 썼단다. 오아시스처럼 퐁퐁 솟아나는 검은 피 진실의 순간들. 하얀 대지 위 검은 시체들의 시차. 검게 타버린 오르톨랑 오르톨랑 오르톨랑의 날개를 찢는 동안 아무도 울어주지 않았지. 나는 그 와해된 몸에 얼굴을 끼워넣는 대신 얼굴 없음을 노래하려 했어. 얼굴을 강요하는 폭력들에 지쳐버렸으니까. 오르톨랑 오르톨랑 오르톨랑 나는 오르톨랑이 아니지만 나는 살해자지만 글을 썼어. 나는 오르톨랑의 브랜디통 안에 있지 않았지만 나는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익사하고 있었고 나는 내게 유일하게 가능한 물거품으로 지옥의 이미지들을 주워모아 몽타주를 만들었어. 아무도 읽지 않을 몽타주.

그건 읽히기 위해 쓴 글이니? 누군가 이렇게 말했지.

하지만 대개는 그런 말조차 없었어. 아무도 읽지 않았으니까.

물론 나는 읽히기 위해 피투성이 면류관을 엮어 만든 거예요. 나는 읽히기 위해 보냈어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지 못했지. 질문을 던진 이는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떠나갔고 나는 질문과 함께 남겨진 채로 물고기처럼 뻐끔거리고 있었어.

하얀 밀가루 위의 검붉은 고깃덩이들.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을 물질화하는 빛의 파열들, 아르마냑의 향기 오묘한 냄새들, 나는 그것들을 주워모아 몽타주를 만들었지 잘려나간 날개의 피투성이 그림자로 그것을 던져올렸는데 아무도 보지 않았어 아무도 연락을 주지 않는단다. 얼굴을 태우고 눈을 멀게 하는 오븐 속의 붉은 바람이 하얀 모래산을 불태우고 짐승의 살과 뼈, 재로 만들어진 콘크리트로 지은 인공 지옥에서 나는 언어를 잃은 채 물거품으로 중얼거리고 있어. 서로 다른 질감과 빛깔의 물거품들을 그러모아 글을 썼는데, 목숨을 걸고 그것을 보냈는데 아무도 읽지 않았지. 아무도 보지 않았지. 그것을 발견했을 자들 그것을 받았을 잠재적 수취인들은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았지. 물거품들은 침묵일 뿐이라고 그들은 말했지.

고립과 죽음에 강요되는 침묵 침묵 침묵.

나는 조용한 아이가 아닌데 어릴 때부터 사람들은 내가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라고 말했어. 왜냐하면 내게는 얼굴이 없으니까. 나는 어린 오르톨랑처럼 작았고 들리지 않는 말만을 계속 지껄였으니까. 나는 물거품으로 노래하고 있었으니까. 그들은 내가 지나치게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지.

내가 자는 동안 네가 내 헐거운 반바지 속을 들여다보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늙은 엄마의 음부는 검은 주름투성이란다. 사산된 아이들이 그곳에서 목졸려 죽었지. 나는 죽음 이미지들의 미약한 호흡을 집요하게 그러모았고 그래서 미치고 말았단다. 살아 있는 시체들 살아 있는 유령들. 유령들에게도 삶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니? 나는 수백 번 죽은 뒤에도 계속 살아 있단다.

현실을 은폐하고 변형하는 암호를 가진 사람들은 내가 조용하다고 말했지. 조용하다는 것은 하얗고 중성적인 언어야 조용함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어. 죽음으로도 사라질 수 없었던 언어의 침묵의 물거품의 말살을 위해 그들은 오르톨랑의 물거품으로 가득 찬 브랜디통을 전부 비워냈단다. 절멸의 음각된 기억마저도 망각되어야 할 흔적이었으므로 그들은 오르톨랑을 기억하는 자들을 모두 독살하려 했단다. 오르톨랑의 부풀어오른 위장은 황금빛의 독을 담고 있었단다. 하지만 그것이 독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들은 아무런 고통도 없이 울고 웃으며 향연을 즐겼지. 독에 목 졸려 죽은 것은 오르톨랑뿐이었을지도 몰라.

이미지가 불가능한 곳에서 나는 이미지의 훼손된 파편을 삼키려 했지 내 목구멍은 찢겨서 출혈하고 있었고 나는 피로 코팅된 물거품들을 게워내며 그 모든 비가시성을 드러내려 했지 나는 살아 있었으니까 죽음들은 살아 있었으니까 시체와 생명은 물질의 관성적인 연장이 아니었으니까 그것은 미치게, 음험하고 끔찍한 방식으로 웃으며 살아 있었으니까 살아 있으니까 나는 그 위험한 이미지를 그러모았지 그 위험한 삶을 살아내고 위험한 죽음들을 삼키려 했지. 마비된 손가락으로 글을 쓰고 떠내려간 물거품으로 언어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며. 나는 보이지 않음을 드러내는 검은 안개가 되려 했네.

나는 귀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테두리부터 무너져내려가는 희미한 반점들. 귀신의 얼굴 없음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귀신이 두렵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렵기 때문에. 그들은 유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유령들 유령들을 너무 많은 유령들의 삶을. 나는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혹은 잠들 때마다 내 이마에 맞닿은 귀신의 차갑고 둥근 이마를 느낀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녀의 얼굴은 초점 바깥으로 흐릿하게 사라진다. 난독증자가 문장을 읽어내려가려 애쓰듯 나는 귀신의 얼굴을 바라보려 하고 실패한다. 얼굴은 찰나의 이미지, 부서진 검은 빛의 파편으로 출현한다. 정확한 순간에 주워 모으지 못하면 으스러져 사라지고 마는 사라짐. 나는 사라짐들의 잔상을 그러모은다.

난 귀신의 이마를 짓누르며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거실과 부엌 사이의 비좁은 공간에 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 애의 지나치게 증폭된 그림자가 내 이마를 어루만졌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올려 그 애의 그림자를 촬영했다. 그림자로 뒤범벅된 화면의 한쪽 구석에 그 애의 하얀 살이 있었다. 그림자의 안개와 하얀 흔들림.

a+1년 4월 4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휴대폰 사진앨범에서 그 애의 흔들림을 보았다. 물리적인 몸을 갖지 못한 가상의 빛, 가상의 흔들림. 그것은 내가 보지 못한 것을 재현하고 있었다. 검은 안개와 하얀 흔들림은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순간이 촬영한 검은 안개, 불가능성이 나를 묵묵히 올려다보았다. 알고 싶지 않았던 목적지로 검은 안개는 천천히 그 애를 운반하고 있었다. 하얗게 일그러진, 와해된 얼굴이 사진 구석 자리에서 영원히 흔들리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 흔들렸던 것은 나이다. 초점을 맞출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고 어지러웠던 것은. 그러나 흔들린 것은 또한 그 애였다. 이미지는 형언할 수 없는 것을 누설하고 있었다. 말해지지 않는 것을. 그것은 언어가 실패하는 곳에서 출현하는 이미지였다. 또한 나는 이미지가 실패하는 곳에서 출현하는 언어이다. 출혈하는, 불구의 문장들이 나를 에워싸며 흐느낀다. 인어의 물거품으로, 포착되지 않은 긴 그림자로. 내 옷을 찢어발기고 내 피부를 벌거벗기는 음성들.

나는 언제나 죽음을 꿈꾸었고 죽음을 바랐지만, 죽음은 내 악몽의 유일한 내용이었지만, 사실 나는 자살할 수 있을 정도로 살아있지 않았다. 그 애는 어땠지? 그 애는 누구의 악몽으로 누구의 꿈으로 틈입했지? 그 애는 내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이미지 속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미래 속에서 살아 있었다. 그 애는 흘러가고 있었다. 익사하는 사람이 보는 마지막 이미지처럼, 그 애는 살아 있었다.

나는 그 애를 구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행복의 신념과 미래에 대한 황홀한 주문을 심어주지도 않았다. 나는 행복으로 인해 불행했기 때문에. 나는 미래가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영구적인 현재에 함몰되어 허우적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은 종양과 고름으로 가득찬 위장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었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 애가 흘러가는 동안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그 애가 떠밀려 먼 곳으로 사라지는 동안에도 시간은 집요한 부동성으로 멈추어 있었다. 이미지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 질량의 현상학은 네가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증언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가지지 말았어야 했다. 너는 내게 와서는 안 되었고 우리는 만나서는 안 되었다. 우리는 무한히 어두운 빛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아무도 검은 빛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누군가의 털로,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카페트 위에 드러누운 채 나는 천장의 검은 구석을 집요하게 응시했다. 그곳에서 검고 긴 머리카락이 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위층의 이발사는 날카롭게 벼려진 면도날로 손님들의 목을 자르고 아래층의 파이 요리사는 손님들의 시신을 패티 만드는 기계에 넣고 갈아 반죽으로 만든 뒤 끔찍하고 달콤한 파이를 구워낸다. 아래층으로 갓 멱을 딴 손님들을 던져넣는 지렛대 기계장치에서는 붉고 큼직한 핏방울들이 떨어져내린다. 기계의 심장과 혈관을 타고 흘러내리는 핏방울. 태엽장치와 태엽장치 사이에서 시간처럼 짓이겨져 이동하는. 붙잡을 수 없는 박제할 수 없는 얼려놓을 수 없는 어떤 그림자들이 구석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림자의 머리칼로 검게 젖어들었다. 내 얼굴 위에 검게 퍼져 들끓는 머리카락들. 나는 그것을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그것이 살아 있도록 하기 위해 그것이 존재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존재는 삶은 시선에 의존하므로. 내가 아이의 이미지를 집요하게 뒤쫓았다면 그 애는 사라지지 않았을까? 검게 흔들리는 이미지는 미래의 나에 대한 자화상일지도 몰랐다. 내가 차갑고 망가진 눈으로 포착하고 있는 유령들은 미래의 나들일지 몰랐다. 아직 죽지 않은 내게 무엇을 전하기 위해 내 집요한 미래들은 내 시야 언저리를 떠돌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벌어진 입을 뻐끔거리지만 흐르는 것은 언어가 아닌 피뿐이다.

나는 검은 그림자와 피의 언어를 해독해야 한다. 해독할 수 없는 것을 해독하기 위해 나는 들리지 않는 움직임을 끈질기게 응시한다. 결국 내가 그들이 되기 전까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내 앞에서 나의 미래를 전시하고 있는 그것들은 내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불가능할 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이미지들은 지옥에서 온다. 죄도 구원도 없이 지옥에 묻혀 있는 이미지들이 검은 빛과 함께 이곳으로 기어오르는 것을 나는 카페트에 누운 채로 멍하니 바라본다. 플래시의 검은 빛으로부터, 죄 없는 자들의 지옥으로부터, 불가능한 구원으로부터 출혈하고 있는 생존한 이미지들. 아우슈비츠의 무고한 죄수들은 시체들의 재와 살점, 뼛조각들 밑에 수백 수천 조각의 증언을 묻어 놓았다. 곧 도래할 그들의 죽음 이후에도 그들의 언어가 살아남기를 바라며. 언어의 덫처럼, 빛의 결절점처럼, 끔찍한 보물처럼 흩어진 집요한 언어들. 나는 유령들의 생존을 증언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곧 그들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내가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지 알면서도. 내가 글을 쓰는 까닭은 그것이다. 우리의 시신의 재에 묻은 언어, 시, 비밀스럽고 한스러운 진실들을 미래의 기억으로 전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피투성이 문장을 쓰고 쓰고 또 쓴다. 피투성이의 이미지들 흔들림과 불가능성을 포착한다.

그 모든 무고한 이미지들의 인공지옥에서 나는 아이를 잃어버렸다. 나는 아이의 공책들과 그림들을 그 애의 친구에게 모두 줘버렸고 그리하여 아이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아이용 칫솔도 치약도 없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깨끗하게 무너뜨림으로써 내 아이를 실종시켰다.

그러나 말라붙은 집요한 하얀 그림자가 검은 머리카락이 천장 구석에 있었다. 그것을 나는 지우지 않았다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이 아직 살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죽일 수도 없었다. 귀신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귀신의 얼굴은 그 자신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와해되었다. 빛으로 피폭되고 무너진 피사체의 얼룩 같은 얼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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