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왕비는 백설공주를 사랑했어요. 죽어버린 공주에게 입을 맞추는 왕자는 그녀의 입술이 얼마나 붉었는지 알지 못했어요. 그녀의 눈이 얼마나 반짝였는지, 그녀에게서 얼마나 향기로운 냄새가 났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어요. 공주가 눈을 떴을 때, 그녀의 입술은 더이상 납과 같이 창백하고 아름다운 푸른 빛깔이 아니었고, 독을 배설해낸 그녀의 혀는 더이상 밤처럼 검은 빛깔이 아니었어요. 왕자의 눈앞엔 살아 있는 여자가, 더이상 죽음만큼 아름답지 않은 여자가, 순간순간 늙어가는 여자가 축축한 눈꺼풀을 움찔거리고 있었어요. 왕자는 도망쳤고 유리관 바깥에 홀로 남겨진 공주는 어쩔 줄을 모르고 아이처럼 소리높여 울기만 했어요. 거울은 붉게 주름져 바들거리는 공주의 모습을, 아름답기보다는 연약하고 흉측한 아이의 모습을 더 이상 비추어 주지 않았어요. 왕비는 공주가 죽었다고 생각했지요. 아무도 공주를 찾아 돌아오지 않았어요. 공주는 붉은 입술과 붉은 주름 붉은 코와 붉은 얼굴로 엉엉 울었답니다. 오래오래 울었답니다. 낯선 악몽에 기겁하며 늙은 왕비의 품으로 달려들어가던 그날처럼요.
무서워요, 무서워요.
괜찮아, 아이야. 무섭지 않아.
무서워요. 무서워요. 잡아먹히고 말 거야.
괜찮아, 아이야. 무섭지 않아.
무서워요. 무서워요. 죽고 말 거야.
괜찮아. 아이야. 죽음만큼 아름다운 건 없단다. 삶만큼 비참한 건 없단다. 괜찮아, 아이야.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