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밀도 높은 비밀로 보호받고 있었다. 교실에 있을 때,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소년이 가장 편안하다는 사실을 교사는 이해하지 못했다. 범죄의 한복판에서 소년은 더 이상 미칠 듯한 불확실성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들은 소년에게 속해 있었고, 소년은 어둠의 깊은 창자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그를 덮쳐오는 그 수많은 손들을 견디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텅 빈 방 안에서, 아무런 형체도 소리도 없는 공백이, 소년을 원하지 않고 소년을 어루만지지도 않는 결핍이 소년을 사로잡을 때 소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죽을 것 같았다.
집 안에서는 울음도 비명도 소용없었다. 아무도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으며 아무도 소년을 비웃지 않았으며 아무도 소년을 짓밟고 쓰다듬지 않았다. 텅 빈 곳에서, 소년은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폭력조차도 없는 공백은 끔찍이도 확고한 장소였다. 다른 몸을, 다른 손을, 다른 행위를, 다른 목소리를 살아간다는 착각조차 불가능한.
집은 절망적으로 넓었다. 아무리 울부짖어도 소년의 피부를 찢을 듯 팽창한 소리는 벽에 닿지 않았다.
아주 어릴 적, 처음으로 이가 흔들렸을 때 소년은 홀로 이를 뽑아내었다. 손 위에 올려진 작고 하얀 뼈를 소년은 미칠 듯한 공포로 바라보았다. 두려운 것은 소년 혼자였다. 두려워해도 괜찮을지, 울어도 좋은지, 그것이 견딜 수 없는 아픔이 맞는지조차 소년은 확신할 수 없었다.
거친 발길질에 이가 부러졌을 때, 아이들은 피투성이가 된 소년의 입과 어긋난 치열을 보고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그 속에서, 소년은 황홀하게, 그리고 서글프게 비명을 질렀다. 소년은 울어도 되었고 아파해도 되었고 두려워도 되었다. 비명들은 날카롭고 애처로웠고 그것은 소년의 소리와 닮아 있었다. 치명적이며 안락한 유사성 속에서 소년은 부글거리는 고통을 마음껏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