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21.
암쥐는 교실의 비밀스러운 틈 속에서 울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이 사진들 위로 떨어졌다. 붉거나 보랏빛이거나 검거나 갈색으로 벌어진 음부들의 이미지들 위로. 그것은 실종된 소녀들의 사진들이었다. 사진들의 뒷면에는 소녀들의 이름이 필기체로 적혀 있었다. 불온한 농담처럼.
암쥐는 소녀들의 음부 위에서 흐느끼며 수음했다. 그녀는 쥐들이 실종된 소녀들보다 그녀를 먼저 발견하기를 바랐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듯이 큰 소리로 찍찍거리며 틈새 바깥의 교실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으나 아무도 그녀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든지 나갈 수 있었으나 나간다 하더라도 발견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발견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녀를 찾아야만 한다. 누군가는 그녀가 없어졌고 또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녀의 사라짐을 이해하지는 않더라도.
소녀들의 음부에서는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다. 그것은 매끈하고 평평한 종잇장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음부는 젖었고 냄새가 났고 찢어졌다.
한밤에, 그녀의 틈새로 누군가 찾아왔다. 그는 무릎을 꿇고 찍찍거리며 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안녕. 아냐. 내 동생. 잘 지냈어? 기다리고 있었어.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 29번 채널에는 아직도 돼지들이 있어.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 이제 뭘 기다리고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우리가 뭘 기다리긴 했던가? 돼지들이 뭘 기다리긴 했어? 난 이제 별로 죽고 싶지도 않아. 아냐. 그때 네가 나를 죽였으면 모든 게 지금보단 나았을지도 몰라. 나는 죽고 싶을 때 죽었을 테고 더는 기다리지 않았을 테고 너는 다른 곳에 갔겠지. 넌 항상 다른 곳에 가고 싶어 했잖아. 아냐, 네가 쓴 글들을 봤어. 전부 읽진 않았고 중간 중간 훑어 봤어. 전부 읽기에는 너무 길었으니까. 넌 정말 많이 썼더라. 너무 많이 썼어. 네가 너무 많이 써서 울었어. 한 장의 유언장이 전부였다면 그걸 읽고 익고 또 읽어서 외웠을 거야. 그런데 네가 너무 많이 써서 다 읽을 수가 없었어. 별로 읽고 싶지도 않았어. 그래도 많이 울었어. 아냐. 많이 울었다고. 나 정말 많이 울었어. 네가 너무 많이 써서. 아냐. 그런데 너는 정말 엄마랑 비슷하게 쓰더라. 네 글은 엄마 글이랑 똑같았어. 아냐. 그러니까 네가 끝까지 썼더라도 다른 곳에 갈 수는 없었을 거야. 네 글은 너를 다른 곳에 데려다줄 수 없었을 거야. 그러니까 잘 죽은 걸지도 몰라. 아냐. 내가 너를 죽여서 너는 더 쓸 수 없었으니까. 네가 더 썼으면 우리는 슬퍼서 견딜 수 없었을 거야. 네가 더 쓰지 않아서 다행이야. 아냐.
아무도 너를 완전히 읽지 않을 테니까. 내가 아니라면 너를 훑어보지도 않을 테니까. 그래도 너는 기다렸을 테지. 누군가 너를 읽어주기를. 그래서 네가 다른 곳으로 가기를. 다른 눈과 다른 슬픔과 다른 시간으로 건너가기를. 너는 기다렸겠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을 테지.
엄마가 쓴 글도 다 태워버리지 못했어. 다 읽지도 못했고. 엄마는 너보다 더 많이 썼어. 아냐. 엄마는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죽어버렸어. 엄마는 너무 많이 써서 견딜 수가 없었어. 너무 많이 썼는데 아무도 엄마를 읽지 않아서. 난 엄마가 죽어버린 뒤에야 조금 읽었어. 엄마가 죽기 전에도 조금 읽었지만 한 번도 다 읽어본 적은 없어. 엄마는 읽히지 않았어. 아냐. 그 빌어먹을 협박문도 다 읽히지는 않았어. 사람들은 엄마를 읽지 않았어. 너를 읽지 않듯이 엄마도 읽지 않았어. 아냐. 아무도 엄마를 기소하지 않았고 엄마는 잊히거나 사라지기도 전에 죽어버렸어. 아냐. 엄마는 잊히거나 사라지기를 바랐지만 그럴 수 없었어. 엄마는 나타나기를 바랐지만, 존재하기를 바랐지만, 읽히기를 바랐지만 그럴 수 없었어. 아냐. 잘 지냈어? 나는 기다리고 있어. 아냐.
암쥐는 남자의 고백을 들으며 수음하였다. 지나치게 오래 수음하였기 때문에 그녀는 지쳤는데도 수음했다. 가슴이 조여드는 슬픔을 발설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녀는 분명 찍찍거리며, 꺽꺽거리며 말하고 있었으나 아무도 그녀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슬픔이 어디로도 내뱉어지지 못한 채 그녀의 안에서 썩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Act. 19.
아들은 개구리처럼 웃고 있었다. 축축하게 벌어져서는, 젖은 피부로 호흡하며.
여자는 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흐느끼는 것을 보면서도 아들은 웃었다. 아들이 울부짖을 때 그녀는 웃을 수 없었는데, 그녀가 울 때 아들은 웃었다. 개구리처럼 꺼억 꺼억하면서.
그녀는 정말 열심히 했다. 그녀는 너무 열심히 했다. 그녀는 할 수 없을 정도로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더 해야 했다. 더 해야 했다. 더 해야 했다. 언제까지?
엄마 죽지 마 엄마 죽지 마 엄마 죽지 마 엄마 죽지 마 엄마 배고파 엄마 섹스하자 섹스하고 싶어 엄마 죽지 마 엄마 배고파 엄마 목말라 엄마 졸려 엄마 죽지 마 엄마 죽지 마 엄마 죽지 마 엄마 죽지 마
아들이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면서 입을 벌리고 웃고 있었다. 그것을 낳기 전까지 그녀의 가슴은 젖가슴이 아니라 가슴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것은 젖이 되었고 그녀에게 속해 있지 않게 되었다. 아들은 젖을 원했고 여자는 줄 수밖에 없었다. 여자가 원하지 않을 때도 여자는 주었다.
여자는 열심히 했는데, 아들이 원하는 것을 내어줬는데, 아들은 여자를 열심히 빨아먹었는데, 아들은 생물로서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 먹고 쉬고 먹고 마시고 먹고 놀고 먹고 잠들고 잠들고 잠들었는데, 그런데도 아들은 너무나 가엾었다. 아들이 가엾었다. 아들이 가엾어서 그녀는 울었다. 아들에게는 그녀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도 아들밖에는 없었다. 그들에게는 다른 시간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다른 세계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대안이 없었다.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들은 아무도 사랑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언제나 지금 여기밖에 없었는데 지금 여기에는 그녀가 없었다. 개구리처럼 웃고 있는 아들을 버린다면 그녀가 어디로 갈 수 있는가? 그녀에게는 아들밖에 없었다. 그녀를 원하고 그녀를 요구하고 그녀를 부르는 이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원하고 요구하고 부르고 싶지 않았음에도 그것을 원하고 요구하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천 명의 아이들, 그보다 더 많은 아이들을 원했는데도. 그녀는 칭키즈칸처럼 많은 부인들과 남편들과 시종들과 아이들과 첩들과 남창들과 창녀들을 원했다. 칭키즈칸처럼 많은 신하들과 노예들과 백성들을 원했다. 칭키즈칸처럼 많은 보물과 땅과 곡식들을 원했다. 그녀는 정말 많이 원했다. 그래서 언제나 다른 곳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모든 다른 곳이 그녀를 원하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랐다.
그녀가 죽을 때 그녀는 천 명의 자식들과 부인들과 남편들과 시종들과 아이들과 첩들과 남창들과 창녀들과 말들과 개들과 노예들을 함께 묻을 것이다. 그녀와 함께 묻히고 싶지 않아 도망가는 이들을 관대하게 용서해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묻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는 그 많은 것들이 여전히 그녀를 원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와 함께 다른 곳으로 가는 그 많은 동반자들이 그녀를 원할 것이다. 그녀도 그 많은 것들을 원할 것이다. 그녀는 정말 많이 먹을 것이다. 위가 풍선처럼 부풀어올라서 얇게 변할 때까지. 그녀의 몸이 천구처럼 둥글게 변할 때까지. 그녀는 전부 먹어 치울 것이다. 그녀는 모든 것을 원할 것이다. 그녀는 원하는 모든 것을 먹을 것이다. 그녀 먹는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 속할 것이다. 그 전부가 그녀의 다른 곳들이 될 것이다.
아들은 개구리처럼 웃고 있었다. 그것밖에는 그녀에게 없었다. 처음부터 그것밖에는. 그녀는 아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도 다른 무엇인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녀에게도 세계가, 세계와의 접촉이, 은밀한 키스와 마찰, 파열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종종 생각했다. 생각이 그녀를 어디로도 데려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생각했다. 생각하는 것은 그녀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었기에 생각했다.
생각했다.
학교에 다닐 때는 그녀에게도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을까. 그러나 그녀는 잘 할 수 없었다. 학기가 시작될 때 그녀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지만 그 애들은 여자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무리를 지으며 떠들고 있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했지만 그 애들은 여자를 보고 깔깔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무엇인가 속닥거릴 뿐 그녀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녀는 방학이 시작될 때까지 혼자 앉아 있어야 했다.
다음 학기에 그녀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 그녀에게 인사를 하기를 기다렸다. 인사에 대꾸할 수백 가지의 말들을 여자는 작은 머릿속으로 홀로 시뮬레이션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에게 인사하지 않았고 그녀는 방학이 시작될 때까지 혼자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외로웠고 너무나 조용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간혹 차오르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급식실로 이어진 긴 줄의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대화하는 아이들 속으로 달려들어가 이렇게 말했다.
– 존나 쩔어. 그치 않아? 존나 쩔어. 쩐다고. 어? 그렇지 않아? 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여자는 상기된 얼굴로 거의 흐느낄 듯 속삭였다. 존나 쩔어. 쩐다고 그치 않아 어? 그치 않아?
고통스러운 흥분 속에 그녀는 홀로 남겨졌다. 그녀의 내장에서 목구멍을 타고 흘러넘치는 길고 미끄러운 물체가 계속해서 그녀의 턱 밑으로 쏟겨내리고 있었다. 그것을 전부 토해내기 전까지 그녀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코끼리를 삼키고 있는 뱀처럼 가만히 선 채로 그것이 매끄러운 점막을 타고 쏟겨나오는 것을 견디었다. 전부 토해내기 전까지 그녀는.
아들은 개구리처럼 웃고 있었다. 매일 같은 사물들에 둘러싸인 채, 매일 같은 시간의 같은 배치 속에서 그녀는 같은 제스처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 외에 그녀에게 무엇이 있겠는가? 이것 외에 그녀에게 무엇이 가능하겠는가? 더 나빠지는 것 외에, 자식을 죽이고 행복한 남자들의 자지를 빠는 일 이외에 그녀에게 무엇이 가능하겠는가?
그러나 그녀에게도 원하는 것은 있었다. 그녀는 그녀가 매일 써 놓은 일기들을 출판하기를 원하였다. 그녀는 누군가 그녀를 읽고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원하기를 원하였다. 그녀는 매일 썼고, 매일 쓰고, 매일 쓸 것이었고, 매일 쓰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매일 거울을 보고 그녀가 쓴 것을 연기했으며 그녀가 쓴 것을 살(고 싶었)다. 예전에 그녀는 그녀가 쓴 모든 것을 매달 말에 출판사에 투고했다. 그들은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가 계속해서 투고하자 그들은 짜증스럽게 그만 보내라고 메일을 보냈다. 그녀는 끔찍하게 긴장하였고, 끔찍하게 절망하였고, 그래서 더는 보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쓰는 것, 연기하는 것, 말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원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기다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의 생일에 가족들이 그녀를 위해 선물한 초콜릿 케이크를 입 속에 전부 밀어넣던 순간처럼. 초콜릿 케이크는 절망적으로 검었고 죽음처럼 달콤했다. 그것은 끔찍하게 역겨웠다. 그러나 모두가 그녀를 보고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한 입 한 입 목구멍 속에 밀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고춧가루가 묻어 있는 쇠포크의 날카로운 끝이 그녀의 혀 안쪽을 찔렀다. 그녀는 밀어넣고 또 밀어넣었다. 그녀가 전부 먹을 때까지 그들은 웃으면서 기다렸다. 그들은 단 한 입도 먹지 않았지만 그녀는 전부 먹었다. 그들이 그녀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그녀가 전부 먹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어떻게 그녀가 먹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이제 그런 식으로 초콜릿 케이크를 먹을 필요는 없었다. 가족들은 사라졌고 아무도 그녀에게 커다랗고 기름진 초콜릿 케이크를 선물하지 않았다. 한쪽 귀퉁이에 내려앉은 손톱만 한 파리와 눈이 마주칠 일도 없었다. 그 파리가 방금 낳은 알까지 전부 먹어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마치 무력한 어린아이처럼 아들의 것을 전부 삼켰다. 그 애가 그것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 아무도 그녀를 원하지 않는데, 오직 그 애만이 그것을 원하는데, 그녀가 어떻게 삼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무튀튀하고 기름진 초콜릿 케이크를 전부.
아들은 섹스를 많이 하면 언젠가 그녀의 아들을 임신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들은 운동부족으로 두둑하게 부른 자기 배를 어루만지며 아가야, 하고 말을 걸기도 했다. (그것은 웃겼지만 좆같이 웃겼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아들이 창자밖에 들어있지 않은 자기 배를 부드럽게 더듬거리면서 자장가를 부르는 것을 보고 있을 때 여자는 간혹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외치고 싶었다. 아가, 네게는 자궁이 없단다! 너는 결국 아무것도 낳지 못할 거란다! 아가, 너는 어디로도 갈 수 없을 거란다! 아가, 너는 너를 낳지 못할 거란다! 아가, 너는 네가 아닌 누구도 낳지 못할 거야! 너는 먹힐 것이고 내 똥이 될 거란다! 너는 변기에 떠내려가 사라질 거란다! 너는 여기 이상을 살아남지 못할 거란다! 너는 누구의 엄마도 되지 못할 거란다!
아들은 여자에게 먹히면서 개구리처럼 웃었다. 아가, 가엾게도. 여자는 무기력하게 초콜릿 케이크를 삼켰다. 목구멍 안쪽으로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생일 선물로 초콜릿 케이크를 사달라고 했던 것이 어린 그녀였던가? 그러나 그녀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들이 그녀에게 그녀가 원해야만 하는 것을 선물했다고 해도, 그녀는 기꺼이 삼켰으리라.
아들은 개구리처럼 웃고 있었다. 반드시 그녀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들은 먹힐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좋았을 것이다. 구멍에 삼켜져 사라질 수만 있다면. 그러나 아들에게는 그녀밖에 없었다. 그녀가 초콜릿 케이크를 먹기를 원하는 것도 아들밖에 없었다. 아들은 웃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웃었다. (간혹 울기도 했지만, 아들은 울 때도 웃는 것처럼 꺽꺽거리면서 울었다.)
THERE IS NO REPLY THERE IS NO REPLY THERE IS NO REPLY THERE IS NO FUCKING REPLY
지금까지 가능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예측임을 여자는 알고 있었다. 여자는 백치가 아니었으니까. 여자는 빌어먹게도 똑똑했다. 빌어먹으러 나가지 않을 정도로는 똑똑했다. 여자는 이곳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구라도 좋은 연쇄 살인마에게 살해되어 조각조각 토막나 믹서기에 갈려 공중 화장실의 변기에 떠내려가는 것 외에, 고기경단이 되어 물고기의 창자로 기어드는 것 외에, 그녀에게 가능한 다른 곳이란?
적어도 여기는 따뜻했고 적어도 아들은 그녀만을 원했다. 그것 이상을 바라는 것은, 그것보다 많은 것, 끔찍하게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게걸스럽게 벌어진 구멍들이 뻐끔거리면서 출혈하고 있었다. 수백 개의 성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벌어진 구멍들로 창자가 흘러내렸다. 그녀는 지나치게 많이 삼킬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에게는 너무나 많은 욕망이 너무나 많은 죽음이 너무나 많은 생이 살아 있었다. 그녀는 수천 마리의 개구리들을, 살아서 꿈틀거리는 개구리들을, 개구리들을 잡아먹는 뱀들과 뱀들을 잡아먹는 사람들을, 여자의 음부를 도려내는 살인자와 살인자가 처형될 교수대와 교수대를 둘러싼 시민들과 시민들이 목매다는 나무들을 전부 집어삼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단 한 마리의 개구리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차갑고 쓸쓸한 허공을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아팠다. 빈 자리는 아팠다. 너무 아파서 그녀는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플 때마다, 너무 아플 때마다 그녀는 너무 살고 싶었다. 살고 싶어서 그녀는 더 아팠고, 그것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살고 싶을 때마다 그녀는 죽고 싶었고, 죽고 싶을 때마다 그녀는 너무 살고 싶었고, 살고 싶을 때마다 그녀는 아팠고 너무 아파서 죽고 싶었고 죽고 싶을 때마다 그녀는.
그녀는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어서, 자기 자신에게 살해당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살은 실패할 것이다. 다른 모든 일처럼. 그녀는 자살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되는 일이 두려웠다.
아, 아, 아, 그녀는 말하고 싶었다.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너무 말하고 싶었다.
자살은 실패할 것이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죽일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그녀 자신에게 살해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사실 자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사실 자기가 낳은 것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사실 아들의 성기를 빨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토해낸 내장을 다시 집어삼키는 일과 같았다. 역겹고 아팠다. 그래도 그녀는 계속 했다. 마치 그것만을 원하듯이.
식기들을 꽂아 놓는 플라스틱 통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기어나왔다. 그것은 붉고 통통했으며 살아 있었다. 플라스틱 빨대들을 모아 놓은 서랍에서는 반찬들의 냄새와 혼합된 역겨운 악취가 났다.
그녀가 아이였을 때, 아빠는 그녀에게 다정하고 무관심했다. 아빠는 엄마를 아이처럼 대했다. 엄마는 그녀의 아빠가 엄마의 아빠인 것처럼 대했다. 아빠는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한 아이라고 했다. 엄마는 아빠를 아저씨라고 불렀다.
아빠는 엄마의 못된 버릇들을 고쳐 주었다.
엄마가 흐느낄 때마다 아빠는 엄마에게 울면 안 된다고 했다. 울지 마. 낮고 단호한 소리로 아빠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방에 가서 홀로 울기 시작했다.
엄마가 식탁에 앉아서 그날 TV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배우들의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웠고 그들의 얼굴이 이전의 얼굴과는 얼마나 많이 달라졌고 얼마나 늙었고 혹은 성형을 했는지, 여배우와 남배우가 얼마나 가식적인 결혼을 했는지, 그들이 남몰래 다른 배우들과 섹스를 했을 것이 분명하며, 극중에서 혀를 삽입하는 키스는 아무런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오래도록 사람과 말을 하지 않고 홀로 집안에서만 지낸 사람 특유의 과장되고 열렬한 말투로 토해놓는 동안 아빠는 엄마를 무심하고 차갑게 흘겨보았다. 식사 중에는 떠드는 게 아니라고, 아빠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식탁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거의 먹지 못했다.
아빠는 엄마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아빠는 엄마에게 섹스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아빠는 엄마에게 원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아빠는 엄마가 욕하지 못하게 했다. 아빠는 엄마가 술을 마시지 못하게 했다. 아빠는 엄마가 자위하지 못하게 했다. 아빠는 엄마가 소리지르지 못하게 했다. 아빠는 엄마가 자기 머리를 쥐어뜯지 못하게 했다. 아빠는 엄마가 자기 손목을 손톱으로 할퀴지 못하게 했다. 아빠는 엄마가 가스오븐에 머리를 집어넣지 못하게 했다. 아빠는 엄마가 미치지 못하게 했다.
엄마는 이제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었다. 엄마는 말을 꺼낼 때마다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언니와 오빠는 엄마가 금기어를 말할 때마다 신이 나서 엄마를 몰아붙였다.
아빠는 엄마에게 말을 줄이라고 했다.
엄마는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허공을 멍하니 보며 쥐처럼 찍찍거리면서. 그마저도 아빠가 옆에 있을 때는 할 수 없었다. 아빠는 엄마가 혼잣말하는 것이 품위 없고 초라한 행동이라고 했다. 엄마는 막내 딸이 있을 때만 보이지 않는 곳에 입술을 가져다대고 열심히 찍찍거렸다.
하고 싶어. 하고 싶어. 뭔가를 하고 싶어. 나도 하고 싶어. 나가고 싶어. 그런데 할 수 없을 거야. 할 수 없다는 걸 알아. 아는데 하고 싶어. 아는데도 하고 싶어. 쥐들처럼 섹스하고 바퀴벌레처럼 불어나고 싶어. 그런데 난 열심히 하고 있어. 난 착한 여자고 좋은 엄마고 아직 예쁘기도 한데. 그러니까 좋은 아내기도 하지.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싶어. 걔는 바람피고 있을 거야. 걔도 바람피고 있겠지. 걔들은 섹스하고 있을 거야. 알 수 있어.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잖아. 나도 하고 싶어. 그런데 걔는 걱정하지 않지. 내가 바람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한테 아무도 없는 걸 알고 있으니까. 씨발. 끔찍해. 씨발. 내가 좋은 여자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고 싶어. 하고 싶어. 나도 뭔가 하고 싶어. 그런데 너무 지쳤어. 역겨워. 전부 역겨워.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엄마는 주문처럼 욕을 중얼거렸다. 쥐가 찍찍거리듯이.
아들은 개구리처럼 웃고 있었다.
원하지 않는 동안 그녀는 행복했다. 어린시절 그녀는 그다지 원하지 않았고 항상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몽롱했다. 그녀는 행복했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어느날 먼지색 비둘기가 그녀의 작은 어깨를 치고 날아갔고 그녀는 끔찍하게 울부짖기 시작했으며, 절망적으로 원하게 되었다. 그녀는 원한다는 것을, 죽고 싶을 정도로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그녀는 불행했다.
행복해야 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었다. 아이를 낳고 아이가 웃고 따뜻한 침대에서 잠들고 달콤한 과자를 입 속에 넣는 동안에도, 거무튀튀한 초콜릿 케이크를 목구멍 안쪽으로 밀어넣는 동안에도 그녀는 행복할 수 없었다. 그녀는 더, 더, 더, 더, 더, 빌어먹게 더 원하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모든 케이크와 모든 섹스와 모든 죽음과 모든 사랑과 모든 불행과 모든 절망과 모든 부름과 모든 이름과 모든 기원과 모든 깨물림과 모든 다른 곳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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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이 그녀를 원하기를 바랐다. 원하기 시작한 뒤로 그녀는 점점 더 원했고, 더 원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고, 그래서 그녀는 불행했다. 원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녀는 살아 있었고 원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녀는 불행했다.
불행했기 때문에 그녀는 살아 있었다.
욕조에 머리를 처박고 찍찍거리는 엄마를 보면서 어린 그녀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것을 너무 말하고 싶었다. 결국 말할 수 없을 것임에도 불가능한 것임에도 그녀는 말하려 했다. 그녀는 시럽이 묻은 붉은 입술을 벌렸고 무엇인가를-무엇도 아닌 것을-, 끈질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