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사료통에 고개를 쳐박고 먹이를 먹고 있는 세 마리 짐승들. 그들의 궁둥이와 그 바로 앞에 놓인 먹이통에 머리를 쳐박고 쩝쩝대며 오물을 마시듯 삶을 흡입하고 있는 그것들 사이의 놀랍도록 천박하고 정확한 경계를 사육사는 알아야 한다. 한 마리의 개가 돼지의 뒷발 앞으로 고개를 내밀면 돼지는, 그 순응적이고 부드러운 살은 순식간에 포악한 육식짐승으로 돌변하여 가련한 침범자의 머리를 물어뜯고 말 것이니, 조련사는 언제나 신경을 기울여 하나의 머리가 하나의 궁둥이에 너무 다가서지 않도록 그들을 어르고 달래야 하는 것이다.